이남우 회장 논평 통해...금융위의 자사주 제도 개선 문제점 지적
상장회사의 자사주 보유 증가 관련해 "지배주주 지분보다 '덤'이 더 많아"
"자사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불허해야...온실주의 벗어나야"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21일 자사주 제도 개선 관련 논평을 통해 '회사 돈'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기자회견 모습［사진=연합뉴스］
포럼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회사들의 자사주 보유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경련 2023년 5 월 조사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은 평균 4.4%의 자사주를 보유,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은 평균 5.0%다. 30%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한 회사도 많다.
포럼은 지배주주의 지분보다 '덤'이 더 많은 격이라고 지적했다.
◆ 자사주, 거버넌스 중 법과 회계의 불일치 보여주는 독특한 케이스
이 회장은 "자사주는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에 관한 거의 모든 문제가 얽혀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복잡하다"면서 "한국 기업과 자본시장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법과 회계의 불일치, 경영권 방어 필요성과 수단의 적절성, 거수기 이사회, 시총 과대평가, M&A 의 순기능과 역기능 등 자사주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순간 왠만한 전문성이 없으면 손도 대지 못할 경영학, 법학, 경제학의 난제들이 정신없이 튀어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하므로 자사주라는 계정이 재무상태표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선진국에서는 소각없는 자사주 매입은 이사회 통과가 불가능하며 오히려 자사주 소각으로 상장주식수가 계속 감소해 주주가치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적 사례로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위치한 워싱턴주는 자사주 보유가 불법으로 되어 있어 이곳 회사들은 취득 즉시 소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거래소와 외국투자자들은 소각없는 한국 자사주 매입을 불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서 경영권 방어 등 편법적으로 취득한 자사주에 대해 연기금, 초대형펀드 등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를 어떻게 주당지표에 반영하는지 포럼이 간단한 서베이를 했는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80% 이상의 외국인투자자는 회사 현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각이 없는 경우 이를 시총이나 주주가치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투자경험이 많은 외국투자자일수록 자사주에 냉소적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 자사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불허해야...온실주의에서 벗어나야
이 회장은 "지난 25년 동안 한국 대기업은 대부분 지주회사로 전환했고, 지배주주들은 지주회사에 대해서 평균 40%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비지주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에 대한 평균 내부 지분율은 이미 60%를 넘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60.2%, 2023년 61.6% 이상이다. 이 회장은 "이런 현실에서 더 이상 우리 기업을 온실 속에 넣어 두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 정도의 높은 지분율이라면 누구나 현실에 안주하고 독단에 빠지기 쉽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기업이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분 경쟁을 촉진시켜야 하는 구조와 상황"이라면서 "회사 돈으로 취득한 '덤(자사주)'을 추가로 인정해야 할 필요성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 법원이 자사주를 회사의 자산으로 간주하는 판결
이 회장은 "우리 정부와 법원은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지배주주에게 이러한 '덤'을 허용해 왔다"며 "법원은 자사주를 회사의 다른 자산과 똑같이 처분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려 왔고, 2010년 대법원이 같은 법리를 전제로 한 판결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2011년 상법을 개정해 자사주 처분 시 신주 발행 시와 같은 일반주주 보호 절차를 생략했다"며 "이러한 정부와 법원의 정책에는 일종의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IMF 직후인 1999년, 준비 없이 완전 개방된 주식시장에 대규모 외국 자본이 들어와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과 같은 원칙적인 기업 거버넌스를 주장했을 때, 그리고 2008년 리먼 사태 당시 글로벌 시장경제 체제의 붕괴가 우려되었을 때, 규모가 작고 개방성이 높은 우리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우리 기업의 지배주주들에게 어느 정도의 '당부'를 하는 손짓으로 이러한 '덤'을 줄 수밖에 없었던 점에 대해서는 이해한다는 뜻도 전했다.
하지만 "2024년이 된 지금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이미 주식시장을 통한 눈에 띄는 외국 자본의 공격은 없었다"면서 "지금 우리 경제와 자본시장의 규모는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대등한 당사자로서 경쟁과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젠 이런 점들이 전면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 이 회장 "경쟁이 없는 시장은 실패한다"
이 회장은 "일본은 잃어버린 30년 동안 금융기관의 지배와 대기업 간의 상호주 보유로 정체된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데 10년 이상이 걸렸다"면서 "일본은 기업 거버넌스 개혁으로 이제야 오랜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일본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평균 4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지주회사와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을 통제하고 있는 지배주주들에게 회사 돈을 이용한 '덤'을 계속 허용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반드시 일반주주 이익을 침해하며 회사 돈으로 만든 자사주의 온실을 걷어 내고, 기업 가치를 더 높게 보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일반주주의 지지를 얻어 회사를 경영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주길 바란다"고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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