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변리사 1차 시험 평가방식을 절대평가제로 하겠다고 공고했다가 시험을 불과 두 달 앞두고 다시 상대평가제로 전환한 것은 헌법상 신뢰보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2002년도 변리사 1차 시험에서 절대평가제 합격기준을 충족하면서도 불합격처리된 응시자 689명이 구제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16일 윤모씨 등 3명이 "변리사 1차 시험을 정대평가제에서 상대평가제로 환원하도록 변리사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이를 바로 시행하도록 한 부칙규정은 위헌"이라며 특허청장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002년 변리사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당해년도 1차 시험에 바로 시행하도록 한 부칙규정은 헌법상 신뢰보호 원칙에 비춰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령을 개정함에 있어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한 경우에 경과규정을 두는 등의 조치 없이 새 법령을 그대로 시행하는 것은 헌법상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허청은 지난 99년 변리사 공급을 확대해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2000년 6월 절대평가 방식으로 변리사를 선발하도록 개정안을 마련해 2002년 시험부터 시행한다고 공고했다.
그러나 2002년 3월 갑자기 평가방식을 다시 상대평가제로 되돌리는 등의 내용으로 법령을 재개정한 뒤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까지 만들어 2002년 5월 시행된 1차시험부터 적용했다.
이에 윤씨 등은 지난해 변리사 1차 시험에서 절대평가 합격선인 평균 60점을 넘는 성적을 받았지만 상대석차에 들지 못해 불합격 처분되자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법령 개정에 있어서 헌법상 신뢰보호 원칙 위배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도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