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5년 강화도사건(운양호 침공사건)을 계기로 체결된 한일수호조약과 한일무역규칙 등에 따라 우리나라는 관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의 기만외교로 무관세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1876년 11월 12일 부산항이 개항되고, 교역량의 증가와 국제정세에 차츰 눈을 뜨면서 관세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1878년 9월 28일 두모진에 해관(海關)을 설치하고 일본과 무역을 하는 조선상인을 상대로 과세를 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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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일제시대의 관세자주권 상실기와 정부수립후 재무부 세관국을 거쳐 1970년 재무부의 외청으로 관세행정의 역사는 이어졌다. 6·25전쟁 시기에는 재정수입의 확보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이후 국내산업보호와 수출지원, 경쟁촉진과 개방화에 대비한 통관관리 체제를 거쳐, 최근에는 21세기 최고수준의 관세행정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관세행정은 다른 행정기관과 달리 초창기부터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치·경제 여건 등 외부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변화해 왔다.
두모진 해관은 관세의 부과를 통해 관세 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설치되었고, 근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FTA협상은 관세·비관세 철폐 등 교역장벽을 낮추어 교역 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두모진 해관이 당시의 대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소극적인 노력의 결과물이었다면, 최근 FTA협상은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자 능동적이고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겉모습만 보면 두모진 해관과 FTA는 반대의 모습을 보이지만, 개방화의 물결 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고 보다 나은 장래를 위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
올해는 아세안과의 FTA를 체결하고 미국과 FTA 협상을 시작하는 등 FTA의 해(年)라고 할 만큼 사회적으로 FTA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미 칠레(2004년 4월 1일 발효), 싱가포르(2006년 3월 2일 발효)에 이어 올해 9월 1일에는 스위스를 포함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회원국과 FTA가 발효되었다. 내년 상반기에는 유럽 25개국으로 구성된 EU와의 FTA 협상 개시, 한·미 FTA 타결, 우리나라에게 네 번째로 큰 수출시장인 ASEAN 국가와 FTA(상품무역협정)의 발효가 예정되어 있다
관세행정 측면에서, 두모진 해관의 개관이 관세행정사에 큰 자취를 남겼듯이, FTA시대의 개막도 지금까지와 다른 차원에서 관세행정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FTA가 확대됨에 따라 교역량은 확대되고, 국가별 또는 원산지별로 세율이 달라지는 새로운 세율체계를 가지게 된다. 또한 교역량의 양적·질적 확대, 원산지 확인·심사 업무의 확대 등 관세행정차원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능과 역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세청에서는 FTA확대에 따른 관세행정 중장기 발전전략을 마련하여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FTA 이행경험을 협상에 반영하여 국내 집행에 문제가 없도록 노력하여 자칫 무역업계가 겪을 수 있는 새로운 제도의 시행에 따른 혼선과 부작용을 최소화 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원산지증명서 인터넷 발급시스템 구축 등 간소화된 미래 통관모델을 마련하여 하여 민원인의 편의를 극대화 하고, 간소화된 통관절차를 악용하여 제3국산 물품을 FTA 체약국 물품인 양 수입하는 등 불공정 무역행위 방지에도 주력하고 있다. 또한 무역업체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FTA를 활용한 Business Model을 개발하고,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FTA 고객지원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세계 통상환경은 FTA를 중심으로 지역주의(Regionalism)가 가속화되고 있다. FTA는 체결국간 자유무역의 촉진과 진입장벽의 철폐로 새로운 무역과 시장을 창출하고, 산업의 효율성을 증가한다. 장기적으로는 산업협력과 경쟁을 통한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달성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가 더욱 활발해지게 되고, 기술이전이 촉진됨에 따라 고용이 창출되며 소비자의 후생이 증진된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룩하고 경제·사회 구조의 고도화를 위해서 우리 스스로 능동적으로 FTA를 추진해야 한다.
이제는 FTA를 우리나라 경제전략의 한 과정으로 보고, 이를 잘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때이다. 대외개방은 우리나라가 개방형 선진 통상국가로 나아가는데 필수적인 관문임과 동시에, 경제체질의 개선과 경제·사회구조의 고도화를 위한 장기적 국가발전전략의 구체적 정책수단이기 때문이다.
김기영 관세청 통관지원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