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형식 어찌됐던 실질에 따라 세금은 내야한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이자소득세 등 1700여억원의 세금을 되돌려 달라며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공제회는 관련 세금은 소득세법에서 열거되지 않은 과세대상이라는 이유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법원의 입장은 형식이야 어찌됐든 실질이 이자라면 이자소득세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17일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목돈급여 등 회원들에게 지급하는 '부가금'은 소득세법에서 정한 '이자소득'이 아니니까, 관련 세금징수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청구를 기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행정법원에 따르면 공제회는 소송에서 "예금자보호법상의 '예금'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금융업 등을 하는 부보금융기관에 해당되는 것"이라며 "특정 회원을 상대로 하는 것은 예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제회는 이어 "회원들에게 받는 돈은 금융기관의 '예금(부채)'과 달리 '자본'을 구성하기 때문에 소득세법이 과세대상으로 하는 '예금의 이자'로는 볼 수 없고, 비과세 관행이 성립된 부가금에 새롭게 과세하는 것은 신의성실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에 대한 판결(서울행법 2006구합12630. 2006. 10. 31)에서 "공제회의 급여는 그 가입대상이 전·현직 교직원으로 한정돼 있고, 회계처리상 시중은행처럼 부채가 아닌 자본금으로 계상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행법은 그러나 "공제회는 회원들이 맡긴 돈을 자본금으로 계상하고도 이익이 생길 때만 수익배당을 한 것이 아니라, 이익발생여부와 관계가 없이 일정률의 웃돈을 얹어줘 통상의 자본금과는 달리 운영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제회가 웃돈은 이자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공제회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목돈급여, 퇴직생활급여를 소개함에 있어 웃돈으로 주는 부가금을 원금에 대한 '이자'로 소개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제회가 취급하는 목돈급여의 경우는 회원으로부터 최고 1억원까지의 자금을 받아 3∼5년의 약정기간이 지날 경우, 원금과 함께 시중은행 금리보다 0.5% 이상 높은 이율이 적용된 돈을 웃돈으로 주고 있었다"고 법원은 덧붙였다.
이에 따라 행법은 "공제회가 지급한 부가금(=웃돈)은 그 형식에 불구하고 실질에 있어서는 회원의 부담금을 원금으로 하여 이에 일정율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으로서 '예금의 이자'의 성격을 갖는 것"이라며 "이자소득세 과세는 실질과세원칙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공제회는 이번 소송에서 지난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이자소득세 원천징수와 관련해 지급조서를 불성실하게 제출, 5억9000여만원의 가산세가 부과된 부분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