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복 안한다'는 정부에 의협 "러시안 룰렛하나", 전의교 "박민수 빼달라"

정부 "특정 직역 과 흥정하듯 뒤집는 일 없을 것"

의협 "정부 대화 제안, 논평할 일고의 가치 없다"

의대교수협 "박민수 차관 언론대응서 제외해달라"

의대교수협 "피로 누적으로 4월 1일부터 진료 축소"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중수본 부본부장)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의료개혁은 의사 지역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직접적인 당사자이며 의료개혁의 성패는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며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특정 직역과 흥정하듯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5000만 국민을 뒤로 하고 특정 직역에 굴복하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특정 지역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을 무력화시켜온 악습을 끊고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건 없이 정부와의 대화의 자리로 나와 건설적인 논의를 해나갈 것을 제안한다"며 "의료의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인재로서 여러분들의 진로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한시라도 속히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 의협 "이번 사태는 정부가 만든 위기"

대한의사협회는 같은 날 정부의 조건없는 대화 제안에 "논평할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정부와 여당에 있다며 (현 상황은) 전공의, 의대생, 교수나 다른 직역 의사들이 만든 위기가 아니라 정부가 만든 위기"라고 주장했다.

임 당선인은 "대통령 보좌진들이 전공의들이 왜 의료현장을 떠났는지 의료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이 사태가 일어난 것 같다"면서 "헌정 질서가 중단된다는 것은 국가에 불행한 사태라 바라지 않지만, 이 사태를 방치한다면 국민 여론이 끓어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러시안 룰렛'(목숨을 건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정부·여당이 훨씬 더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전의교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언론 대응서 제외"

이런 가운데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대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언론 대응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방재승 전의교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의 장 마련에 걸림돌이 되는 박민수 차관을 언론 대응에서 제외하기를 촉구한다"면서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현 상태 시작이 된 근거 없는 의대 정책을 철회하고 필수의료 미래인 전공의들에게 귀 기울여 진정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이어 "박민수 차관은 '의대 정원은 의료계와 협상할 사안이 아니다', '필수의료 몰락을 의사 수를 늘리지 않고 해결하려면 건강보험료가 3~4배 올라간다'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정부 의견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박민수 차관이 언론 대응에서 조금 뒤로 물러나 주면 대화 물꼬가 터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방 비대위원장은 또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수련병원에 남아 있는 의료진의 피로 누적과 소진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임을 공유했다"며 "4월 1일부로 24시간 연속 근무 후 다음 날 주간 업무 오프를 원칙으로 한다. 이 근무조건에 맞춰 중증‧응급 진료 유지를 위해 수련병원별로 외래와 수술을 조정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