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총리 부인 부패 혐의에 대한 조사 착수
총리, 29일 대국민 연설 통해 사임 여부 발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사진=로이터통신
법원이 자신의 부인에 대한 부패 연루 의혹 조사에 착수하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폴리티코에 따르면 스페인 고등법원은 지난 24일 극우단체 마노스 림피아스의 공식 제소에 따라 베고냐 고메스 총리 부인에 대한 지위 남용 혐의 수사를 명령했다. 법원은 조사를 시작했다는 것 외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조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법정 소송에 참여한 마노스 림피아스에 의해 제기됐다. 고메스는 IE 아프리카 연구센터 이사로 재직했던 2020년 당시 후원 계약을 맺은 글로벌리아 그룹 자회사인 '에어유로파'가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도록 알선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폴리티코는 고소를 뒷받침할 만한 강력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기소 없이 예비 조사가 종결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사진=산체스 스페인 총리 X(옛 트위터)
산체스 총리는 X(옛 트위터)에 올린 4페이지 분량의 서한을 통해 자신의 부인인 고메스는 아무런 불법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우파와 극우파의 중상모략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아내에 대한 인신 공격으로 내 명예를 훼손해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는 정치 공세"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우파와 극우파의 진흙탕 싸움에 정부를 계속 이끌어야할 지 아니면 이 최고의 영예를 포기해야할 지 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우익이 나를 희화화해도 나는 이 직책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29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임 여부를 밝히겠다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정치권은 즉각 대응했다. 욜란다 디아스 부총리는 산체스와의 연대를 표명하며 "우파 세력의 승리를 허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반면 중도우파 대중당은 "산체스 총리가 스스로 책임을 지는 대신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며 "5일 동안 잠적하는 대신 스캔들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인민당은 X에서 "이번 스캔들은 정치 문제가 아니며 사법적 문제로 우리나라의 국제적 이미지를 훼손한 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부터 집권해 온 사회노동당 소속 산체스 총리는 지난해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11월 분리주의 정당들과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함으로써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마케팅을 전공한 고메스는 2006년 산체스와 결혼해 주로 학계에서 일해왔다.
폴리티코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중당이 총리가 이끄는 사회노동당보다 8% 포인트 지지율이 앞서고 있다면서 산체스 총리가 지난해 도박에는 성공했지만 이번에도 정치적 기적을 이룰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