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7당 "거부권 행사, 정권 몰락 시간 앞당기게 될 것"
與 추경호 "여야 합의 없이 특검법 일방 추진된 전례 없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 수용 촉구 범야권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7개 야당이 2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강하게 압박했다.
윤 대통령이 오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검 거부에 야당이 총공세에 나서 특검법안 수용 압박에 나선 것이다. 야권이 특검 거부에 맞서 '거리 정치'에 나서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김찬훈 새로운미래 정책위의장·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김준우 녹색정의당 당대표·윤종오 진보당 당선인·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자는 주장은 진실을 은폐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만약 대통령이 10번째 거부권 행사에 나선다면 이는 총선 민심 정면 거부 선언이자 국민안전 포기 선언에 다름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조건 없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며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의 시간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계속되는 묻지마 거부권 행사는 헌법 가치 파괴이자 정치 파괴"라며 "삼권분립의 정신을 기틀로 하는 민주공화국을 통째로 뒤흔드는 폭거"라고 맹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분노를 얕잡아보는 것은 정권 몰락의 지름길"이라며 "국민을 이겨보겠다던 그 어떤 권력도 모두 불행한 말로를 겪었다. 거부권 행사는 곧 그 권력들의 전처를 뒤따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민심을 받들어 해병대원 특검을 즉각 수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대표는 "박정훈 대령의 보직 해임과 기소는 그렇게도 빠르던 정부가, 수사는 이렇게 질질 끌고 특검 여부에 대해서도 질질 끄는 이유를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특검 수용 결단을 통해 협치와 책임정치, 민심 수용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만약 내일 채 해병 특검법이 거부되면 윤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에 대한 특검을 거부한 첫 대통령으로 헌정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채해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은 명백한 직권남용이고, 채 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저질러진 법률 위반에 헌법 위반까지 보태어진다면 탄핵 마일리지가 더 크게 쌓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헌법 무시가 계속된다면, 대통령 권한의 사적 남용이 계속된다면 주권자 국민의 해답은 단 하나 탄핵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민심을 받들겠다고 하더니, 왜 계속 국민의 뜻을 거부하면서 반대로 가시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채 해병 순직 특검법을 수용해서 변화의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내일 국무회의에서 또다시 거부권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해병대원 특검법을 즉각 공포하고 이를 출발점 삼아 국정 기조를 전면 전환하기를 바란다"며 "민심을 거역한 권력 남용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법률 재의요구권은 폭탄주 퍼마시듯 마음대로 사용하는 권한이 아니다"라며 "절차와 실체에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에 한해서 행사해야 한다"고 특검법 수용을 요구했다.
특히 "대통령 자신의 연루 혐의를 밝히려는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정당성을 갖기는 극히 어렵다"면서 "거부권의 오남용은 행정독재 국가가 등장했다는 징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국혁신당은 오는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통령 거부권 남용의 위헌성을 논하기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반면 정부 여당은 수사기관의 수사를 지켜본 뒤 특검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국회에서 통과시켜 현재 정부에 이송된 특검법은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한 법이 아니다"며 "수사기관이 수사를 지켜본 뒤에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특검은 여야 합의에 입각해 추진해야 하는 제도다. 그동안 총 13번의 특검 중 12번이 여야 합의로 실시됐다"며 "이번처럼 여야 합의 없이 특검법이 일방 추진된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특검 추천 절차와 관련해 "대한변협이 변호사를 4명 추천하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2명을 골라서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된다. 이렇게 특정 정당이 추천권을 독점하는 임명 방식으로는 특검의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법안 제12조 대국민보고 규정은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불가피한 독소조항"이라며 "이 규정은 국정농단 특검 당시 처음 도입되었을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특검의 언론브리핑 과정에서 사실상 피의사실이 공개되어 인권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이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무식한 얘기"라며 "(거부권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균형을 잡으면서 헌법상 부여된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지적했다. 또 "특검법은 정치적인 중립성이나 공정성을 상실했을 때, 수사가 아주 편파적이거나 공정성을 잃었을 때 하도록 명시돼 있다"고 했다.
이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결시 오히려 야당의 이탈표가 나올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수사 이첩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문제"라며 "지금 법은 사망 사고나 성비위 사건 같은 경우 군 수사기관 수사가 아닌 경찰로 이첩한다. 이 과정의 문제이지 근본 원인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다 상식선에서 판단할 문제", "야당 의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는 분이 꽤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