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환 사령관, 박정훈 전 수사단장과 대질조사 거부…이유는?

김계환 사령관, 박정훈 전 수사단장 소환 대질 조사 시도…김 사령관 측 거부로 불발

"최고 지휘관과 부하가 대면해 시시비비 가리는 것 해병대에 더 큰 상처"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소환해 대질 조사를 시도했지만 김 사령관 측의 거부로 불발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는 전날 (21일) 오전 김계환 사령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부른 데 이어 오후에는 박정훈 전 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사령관은 14시간 만인 21일 밤 11시 30반쯤, 박 전 단장은 9시간 만인 밤 10시 30분쯤 각각 조사를 받고 나왔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에 대해 150여 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하고 박 전 단장을 상대로 별도 조사를 진행하면서 대질 조사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었으나 결국 무산됐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 측이 "해병대가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해병대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 지휘관과 부하가 대면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해병대에 더 큰 상처를 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대질 조사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박 전 단장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실 개입 의혹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데, 김 사령관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두 사람은 이른바 'VIP 격노설'에 대해서 서로 상반된 진술을 해왔다.

김 사령관은 귀갓길에 '대질신문을 하는 게 오히려 해병대에 이롭다고 생각하지 않나', '대통령 격노설이 거짓이라고 보느냐' 같은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박 전 단장 측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조사가 끝난 뒤 "저희는 대질 조사를 원했으나 김 사령관이 강력히 거부해 불발됐다"며 "제대로 진술을 못하는 상황에서 지휘권을 걱정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김 사령관이) 합리적으로 진술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이제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이 오늘(21일) 행사되다 보니까 그 부분과 연동되는 진술 태도 아니었나 이런 생각이 든다"며 "좀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