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에서 아시아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 시중은행들은 중장기적인 해외진출 전략을 모색하면서 일제히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중국 등 인구와 자원이 풍부한 동남아 또는 동북아 지역을 지목하고 있다.
은행권 해외전략이면 으레 아시아지역 진출을 뜻하게 된 것이다.
전 세계 금융사들도 앞다퉈 사업을 확장할 정도로 성장잠재력이 높은 만큼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시장의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본격적인 진출에 앞서 확실한 수익모델과 위험관리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우리의 비전은 "아시아 리딩뱅크"
올 들어 국내 은행들은 획일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 목소리로 아시아시장 진출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이 넓고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최근 홍콩우리투자은행 개소식을 가진 자리에서 아시아 지역의 현지은행 인수 등을 통해 아시아 대표은행이 되겠다는 장기 비전을 밝혔다.
하나금융도 지난 1일 '하나금융그룹 출범 1주년' 금융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오는 2009년까지 자산 200조원의 동아시아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특히 동남아시아와 홍콩, 상하이, 중국 동북3성(省)을 있는 동아시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해외진출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이 꿈꾸는 모델 역시 아시아 리딩뱅크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글로벌뱅크 도약의 전단계로 먼저 '아시아 리딩뱅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지난 5월 중국현지에서 '베이징 구상'을 발표하고 "오는 2011년까지 동북아를 영업거점으로 하는 아시아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 글로벌 금융사도 아시아 진출 '붐'
세계적인 대형은행들도 적극적으로 아시아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는 지난해 중국 2위의 상업은행인 중국은행 지분 1.6%를 사들이고 현재 합작 증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계 상업은행 스탠다드차타드도 늘어나는 자산관리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홍콩에 프라이빗뱅킹(PB) 사업부를 개설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는 아시아의 인수합병(M&A) 시장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아시아지역은 경쟁이 치열하고 수수료 수입이 낮아 투자은행들에 인기 없었지만 몇 년 간의 손실 이후 최근 들어서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JP모건, 메릴린치, UBS 등 세계적 IB에게 막대한 수익을 올려주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박성준 부사장은 최근 '국내은행의 해외진출방안' 주제 발표를 통해 "향후 5년간 전 세계 금융 수익 성장의 절반 가량이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고 중국이 전세계 금융 성장의 28%를 담당하게 된다"며 "씨티그룹.HSBC은행.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최근 중국.인도.인도네시아.대만 등으로 몰려드는 것도 같은 차원"이라고 말했다.
◇ 고수익 앞서 고위험 유의해야
이처럼 세계적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시장 못지않은 격전지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현재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시장보다는 많은 성장기회를 찾을 수 있겠지만 금융관행이나 제도 등이 아직 후진성을 벗지 못하고 있는 만큼 확실한 수익전략과 리스크 관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실패를 맛보기 쉽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병연 선임연구원은 "동유럽이나 남미 등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동남아가 가장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모든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경쟁을 벌이게 된다면 이 지역 역시 '레드오션'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사업기회가 많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첫 투자는 위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확실한 사업기회를 발견해서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지역이 워낙 방대한 지역이고 유수의 글로벌 금융사와 국내 금융사가 노리는 시장층이 다를 수 밖에 없는 만큼 목표설정만 정확히 이뤄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분명히 포화상태인 만큼 아시아시장 진출이라는 방향은 맞다"며 "하지만 기회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노다지' 시장은 아니기 때문에 먼저 수익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