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과유불급.. 전쟁보다 평화가 살 길”
나경원 “북한 정권에 적극적 대응 이어져야”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한 9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우리측 초소와 북한군 초소가 임진강을 사이로 마주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개최하고 "북한이 8일 만에 오물 풍선을 다시 살포한 데 대해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오늘 중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6년 만이다.
대북확성기는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4년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중단됐다가, 북한 목함지뢰 도발(2015년)과 4차 핵실험(2016년) 등에 대한 대응조치로 재개된 바 있다.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직전 중단됐다.
대북 확성기 설치 및 방송 재개 소식이 전해지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 오물풍선 도발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것은 '과유불급(과하면 해가 된다)'이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과 한국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관련해 "오물 투입에 단호히 대응한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을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을 정부 스스로 부정하는 건 과유불급"이라며 "누가 뭐래도 평화가 전쟁보다 살 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올해 초 김여정은 '발파용 폭약으로 포성을 흉내 내 한국군을 속여 반응을 떠보았더니 포성으로 오판하고 거짓을 꾸며대더라'며 우리 군을 조롱했다"며 "전단살포에 대응하는 북의 신경질적 오물 도발도 약 올리려는 조롱"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6일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 전단 20만장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달 10일에도 전단 30만장을 날려보내는 등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해왔는데, 그간 대북 전단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북한 측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오물풍선을 날려보내는 방식으로 맞대응했다.
추 의원은 아울러 "대한민국 헌법 전문과 박정희의 '7.4 남북공동성명'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남북관계를 법적으로 명확하게 한 것이 '남북관계발전법'이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전단 살포권'을 지키기 위해 이 모든 것을 부정하려는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러한 추 의원의 주장에 대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추 의원이 '오판'을 내렸다며 북한 정권을 향한 공세적 대응을 주문했다.
나 의원은 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추 의원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과유불급'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 "영국 네빌 체임벌린 총리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뮌헨 협정에 서명했지만 불과 1년 후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했다"며 "'전쟁 대신 평화'가 전쟁을 가져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 오물풍선 도발에 대한 맞대응책으로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가동했다"며 "적의 도발에 대한 침묵·굴종과 일시적 평화의 구걸은 우리 시대 있어서는 안 될 오판"이라고 각을 세웠다.
또한 "평화는 문서로 지켜지지 않고 상대 선의를 바라는 희망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평화는 힘의 결과"라며 "전쟁보다 평화가 낫다고 말하는 이들이 평화를 지키는 데 실패했고 결국 전쟁을 불러일으켰다. 추 의원에게 체임벌린이 겹쳐 떠오른다"고 직격했다.
한편,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강대강 대치'에 앞서 국내 탈북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남북관계발전법'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조항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을 근거로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사실상 손 놓고 있는데, 표현의 자유도 헌법 제37조에 따라 국민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재산권 침해 결과를 초래한다면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