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연말정산 간소화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 대한의사·약사·한의사·치과의사협회가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에 의료비증빙자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토록 한 국세청 고시처분 취소소송을 낸데 이어 11일엔 헌법재판소에 소득세법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의사협회는 국세청의 협회회원에 대한 보복성 세무조사에 대비해 신고센터를 설치, 회원에 대한 조사사례를 분석해 보복조사로 판단시 국세청에 항의와 해명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회원이 조사로 추징 당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조세불복소송도 지원할 태세다.
의협은 또 "(현행의 소득세율은)과거에 노출이 안 된 수입에 대해 추상적으로 책정된 세율"이라며 "근자에 거의 다 노출된 것에 맞게끔 대폭적인 소득세율 인하와 병의원 경비지출 인정범위를 확대해 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의협이 "연말정산 간소화와 관련 의료계를 압박해 오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벼랑 끝에 내몰려져 더 이상 후퇴할 수 없는 백척간두의 위기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십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이쯤 되면 추상같은 국가 공권력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볼 수 있다.
4개 의약단체의 이같은 대응에 대해 정작 공권력에 대한 정면도전을 받은 국세청은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하면서 외관상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국세청은 "의료비증빙자료에는 ▲병명이 기록되지 않고 ▲공인인증서를 받은 사람만이 정보접근에 가능하며 ▲근로자개인이 감추고 싶은 진료내용을 삭제하고 다운로드를 받아서 제출이 가능, 의료계가 주장하는 환자비밀유출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세청 안팎에선 "의약업체들의 최근 보여준 일련의 행위는 국세청 속성을 전혀 모르고 하는 것"이라며 "국세청은 세법을 만드는 기관이 아닌, 집행하는 기관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세청이 그동안 어떤 경우에도 (공권력에)도전을 받지 않았던 것은 법집행이 강력하고 추상 같았기 때문. 이에 따라 최근 의약업 단체의 행동은 여론을 읽지 못한 어떻게 보면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국세청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국세청으로서는 의약업체가 마지못해 제출한 자료에 대해서도 일단은 신뢰성에 의문을 갖는 것 같다"며 "연말정산 기간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제출된 자료에 대한 신뢰성 분석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자료제출을 거부한 의약업체에 대해선 내달로 예정된 '면세사업자수입금액명세서' 제출을 받아, 약 1개월여에 걸친 탈세혐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내년 3월경에는 모종의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국세청 안팎의 유력한 관측이다.
한편, 지난달부터 고소득전문직을 포함한 312명의 자영업자에 대해 4차 세무조사에 나서고 있는 국세청은 내년 3∼4월 경 5차 세무조사를 예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