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국측이 현재 고위급 회의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한국의 경우 이에 대한 관련 부처 간 의견 차이조차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한미 FTA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진입하고 있어 주요 관심사항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섬유분야처럼 고위급 접촉을 통해 주요 쟁점에 대한 타결점을 모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섬유분야의 경우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5차 협상에서 실제로 차관보급으로 격상된 회의가 진행됐다.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 역시 "6차 회담에 앞서 고위급 관료들의 접촉도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고, 5차 협상에 참가한 우리측 실무 협상자도 "막바지 협상에 들어가면 고위급 회의에서 핵심 사안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 미국측의 의사며 미국은 6차 협상 이전에라도 고위급 회의를 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쌀과 쇠고기 등 지켜야 할 것이 많은 농림부의 경우 FTA 농업 분과 고위급 회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농림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측이 고위급 회의를 원하는 것은 쌀과 쇠고기 등의 문제가 실무자 회의에서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기 때문에 고위급 협상을 통해 큰 물꼬를 터 보자는 의도"라며 "미국이 과거 다른 나라와의 협상처럼 막판 '손목 비틀기'식 타결을 시도하는데 우리가 이에 응해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재경부가 부처 간 정리되지 않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며 "일단 농업 분과 협상은 현재 실무 협상단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농업 분과는 섬유 등 우리측이 공세인 분야와 달리, 쌀과 쇠고기 등 민감 품목을 절대 사수해야 하는 방어적 입장인 만큼 고위급 회의가 자칫 위험과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 농림부 내부의 판단이다.
이번 5차 협상에서 농업 분과의 경우 235개 우리측 민감품목을 포함, 관세 철폐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500개 품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우리가 관세 일시 철폐를 꺼리는 민감품목과 쌀과 쇠고기 등 미국이 전면 개방을 원하는 관심품목 사이의 큰 괴리를 좁히지 못했다.
농림부와 재경부는 미국산 쇠고기 검역 기준 문제에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재경부 안에서는 'FTA 등 한미관계를 고려할 때 전수 검사로 뼛조각까지 골라내는 것은 너무 지나치지 않나'는 목소리가 있고,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도 최근 "협상조건에 '뼈는 발라내는(debond)'으로 돼있어 논란의 여기가 있는데, 일단은 룰대로 가야한다고 본다"면서도 "이 사안에 대해 농림부가 유연성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농림부는 "뼈가 없어야 한다는 수입 위생조건은 양국이 합의한 사항이므로, 무엇보다 우선 미국이 뼛조각도 들어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한다"며 수입 위생조건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는 기본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