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지 못해 아쉬워" VS "충분히 부자감세"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세법개정안 중 출산 관련 정책을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에서 촉발된 증여세 문제와 법인의 손금 인정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했다는 평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동건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한밭대 교수)는 "결혼·출산·양육과 관련한 세제 지원은 지속적으로 현재보다 더욱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논란의 상속세 개편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자녀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확대한 것은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배우자 공제액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잘못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한 것은 바람직하다는 평도 있지만, 부자감세라는 평도 만만치 않다. 최고세율 조정과 과표구간 조정도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아쉽다는 평이 극명하게 나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안도 마찬가지로 평가가 엇갈린다. 유예가 아니라 폐지라 아쉽다는 의견도 있고, 가상자산 유예와 함께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을 무너뜨리는 개정안이라는 박한 평가도 나온다. 반면,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폐지로 방향을 잡은 것은 잘한 일이라는 평도 제시됐다.

이 밖에 법인세와 관련해선 아무런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종부세 개편과 관련해선 개편되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과 그나마 실리지 않아 다행이라는 의견이 공존했다.

다음은 전문가 답변.(가나다 순)
 
Q. 올해 세법개정안, 바람직한 부분은?

◆ 오문성 조세정책학회 학회장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아직 우리나라 상속세제가 개선될 길은 멀지만 최대주주할증과세 폐지나 세율을 낮추는 등 그나마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기업 밸류업 문제 해결을 위해 주주환원 촉진세제를 채택한 것도 바람직하다.

상속세의 자녀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올린 것은 큰 방향의 개선은 아니지만 상속세의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저출생에 대한 문제까지 고려한 내용이라 바람직하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는 매매차익에는 과세하면서 매매차손은 5년의 제한을 두고 이월공제하는 등 논리적합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고, 금투세 도입 시 증권거래세는 폐지하는 것이 논리에 맞다. 이 경우 세수에 대한 확신이 없을뿐더러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폐지로 방향을 잡은 것은 바람직하다.

◆ 유호림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조각투자상품에 대한 과세규정을 마련한 것은 미술품이나 저작권에 대한 집합투자 관련 과세규정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폐지 논쟁이 있었던 종부세는 기존대로 존치한 것에 대해 그나마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이밖에는 전반적으로 지금까지의 부자감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세수감소와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려가 없고, 기업 밸류업 등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이유를 근거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대폭 감면하려는 의도는 결국 자본시장 활성화 혹은 고용 및 투자 지원을 빌미로 부자감세를 지속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 이동건 납세자연합회 회장 (국립한밭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은 근로소득으로 보되 비과세소득으로 개정함으로써, 부영의 출산장려금 1억으로 촉발된 증여 문제와 법인 손금 인정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했다. 결혼·출산·양육과 관련한 세제 지원은 지속적으로 현재보다 더욱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인적분할 시 자기주식에 대한 분할신설법인의 신주발행을 제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맞춰 적격분할의 요건을 자기주식을 제외한 지분비율로 신주를 배정하면 적격분할로 보는 개정안은 기업의 구조조정을 선제적·합리적으로 지원하는 개정으로 판단된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갑자기 세제 혜택이 줄어들어 성장을 꺼리게 되는 '피터팬 증후군'이 많은 문제가 됐는데, 중소기업 졸업 유예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세액공제율도 연도별로 조금씩 점감하는 구조로 개정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 적용 한도를 확대한 것은 균형발전 차원에서 바람직하며, 근로장려금 맞벌이 가구의 소득상한 금액을 인상한 것도 복지 확대에 해당해 바람직하다.

노란우산공제 세제지원, 상가임대료 인하 임대사업자 세액공제 적용기한 연장, 영세사업자 체납액 징수특례 적용기한 연장도 최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바람직하다.

부동산 임대법 법인은 조특법상 중소, 중견기업에서 제외한다거나 법인을 활용한 개인의 조
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성실신고 확인대상 소규모 법인을 조특법상 중소기업에서 제외하는
등 비과세감면 정비 부분도 바람직하다.

◆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투자·고용·지역발전을 위해 국가전략기술 등 R&D세액공제 및 통합투자세액공제에 대한 기간연장 및 공제율 상향 등은 바람직하다. 또한 중견기업의 범위를 확대해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통합고용세액공제의 지원대상을 확대하며, 가업상속·승계의 대상 확대 및 공제한도 상향 등은 기업 살리기를 통한 민간주도경제를 위한 조세지원으로 볼 수 있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낮추고, 최대주주 보유주식의 할증평가를 폐지한 것은 자본의 해외 유출을 줄이고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산 장려 등을 위한 각종 세제지원들도 바람직하다. 자녀 1인당 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조정한 것은 의미가 크지만, 과세표준 10억원만 넘어도 40%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출산 해소를 위해 결혼·출산·양육의 각종 세제혜택은 저출산·고령화의 방지를 위한 조세정책적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Q. 올해 세법개정안, 아쉬운 부분은?

◆오문성 조세정책학회 학회장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상증세 세율은 낮췄지만 30% 정도로 대폭 낮추지 못한 것이 아쉽다. 특히 최고 과표구간이 30억원 초과였는데 10억원 초과로 개정안을 낸 것은 많이 아쉽다. 최근 많은 세미나에서 수도권 지역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약 10배 상승했음에도 상속세의 과표구간이 변동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번 개정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종부세와 관련해 1세대 1주택 비과세나 재산세 편입 등이 이번 개정안에 전혀 반영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 가상자산 과세는 2년간 유예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금투세와 같은 모습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가상자산 과세를 기타소득과세로 하면 매매차익에는 과세하지만 이월손실은 차감해 주지 못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는데, 금투세는 고려해 주면서 가상자산은 고려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호림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출생율 저하에 따른 인구감소 등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가업상속공제나 가업승계 증여특례 한도금액의 대폭 인상 및 상속세증여세의 공제금액 10배 인상 등과 같은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자녀세액공제는 경제적인 이유로 자발적 딩크족을 선택하는 저소득 청년세대에게는 아무런 의미 없는 선전성 조세우대에 불과하므로, 이에 대한 조세우대 보다는 비혼자와 딩크족에 대한 조세우대가 더욱 절실하다.

직장인 관련 세제개편에서 통합고용세액공제 관련 개편안은 개악에 가깝다. 개편안에서는 '상시근로자 중심 지원에서 근로기간 등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으로 개편한다는 빌미로, 기존의 '추가공제'대상 고용세액공제를 '탄력고용'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공제금액도 사실상 축소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근로자의 고용안정에 큰 지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건 납세자연합회 회장 (국립한밭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자녀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크게 늘렸지만 배우자공제액은 그대로 유지하고, 10% 과표구간을 1억에서 2억으로 증액 및 50% 과표구간인 30억 초과 부분만 없앤 것은 거대야당을 너무 의식한 소극적인 자세로 보인다.

세대가 다른 자녀보다는 동일세대인 배우자 공제액을 많이 늘리는 것이 조세이론상 바람직하다. 그러나 자녀공제액이 증가해 종전의 중산층·다자녀 가구의 상속세 절감과 공제를 최대로 받기 위해 배우자에게 상속 후 다시 자녀에게 상속하는 이중과세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기대됐던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나 배우자 상속세 공제액을 크게 늘리는 등의 내용 아예 언급되지 않아 실망스럽다. 또한, OECD 국가 평균 대비 여전히 높은 법인세율을 인하하거나 과세표준 구간을 단순화하는 등의 언급이 없다.

금투세처럼 세법 개정 후 시행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폐지하거나, 가상자산 세제처럼 계속 시행을 연기하는 것은 앞으로 장기적인 세법 개정을 어렵게 만드는 큰 문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가업상속공제 확대,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상속세 최고세율 40%로 하향, 주주환원 촉진세제 신설, 통합투자세액공제 연장과 공제율 상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주식 취득 과세특례 신설 등은 낙수효과가 거의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결국 재계 민원 해결을 위한 감세안으로 보인다.

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 유예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을 무너뜨리는 개악안이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이라고 강조하지만, 세금을 깎아 기업 밸류업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세정의를 훼손하는 기업감세이자 부자감세다.

상속·증여세 완화도 결국 대기업 일가 등 최고 자산가들에 가장 큰 혜택을 줄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법인세의 경우, 기업 살리기를 통한 민간주도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최고세율인하, 과세표준 구간의 단일화 등이 없다.

소득세는 최고세율의 하향조정, 저출산 대비 자녀장려금의 확대, 기업부담 최저임금의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정부부담 근로장려금의 활용 등이 빠져 있다. 금융투자소득 세제가 유예되지 않고 폐지되는 점과 가상자산 과세가 예정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유예된 것도 아쉽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종전 50%(대주주 등은 최고 60%)에서 40%로 낮췄지만, 과세표준을 종전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하향조정한 것은, 서민·중산층의 상속세 감면효과는 크지 않고 주로 대기업 대주주 등 초부자들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전반적인 개편이 없는 것은 최근 부동산가격의 상향조정에 따른 부담도 있겠지만, 2년 후 지방선거 및 3년 후 대통령선거 등 정치적 측면을 과도하게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 기업의 출산지원금을 비과세하도록 했는데, 한도를 두지 않은 것은 통정에 의한 세금탈루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깊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