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정부 부처들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경제현장에서 불법사례를 적발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유지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들어 연달아 발생하는 악재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등 사면초가에 직면한 모습이다.
공정위는 최근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안 마련과정에서 환상형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에 밀려 규제를 포기했다.
또 출총제 적용대상을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2조원 이상 중핵기업으로 축소하는 한편 출자한도는 순자산의 25%에서 40%로 높이는 등 출총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정부안에 합의할 수 밖에 없었다.
재벌그룹의 부당행위를 강력히 규제하고 이를 통해 올바른 시장질서를 세워야 한다는 공정위의 기존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후퇴인 셈이다.
공정위는 또 지난달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이던 직원들이 현대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공정위는 관련 직원들의 혐의를 확인하고 이들을 중징계했지만, 불공정행위를 막아야 할 공정위 직원이 조사대상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점에서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말았다.
이와 함께 공정위가 신세계 이마트의 월마트 인수에 대해 일부 지점 매각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자 신세계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내겠다고 밝히는 등 공정위 결정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경제검찰'로서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공정위가 신문구독자와 판매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경품이나 무가지 제공 등 신문구독과 관련된 불편사례를 담은 수기를 공모하기 시작하자 신문업계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게다가 아직은 의혹 수준에 불과하지만 로비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다단계 판매업체 제이유그룹에 공정위 전직 직원들이 연루된 혐의가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이렇게 악재들이 계속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대외 여론이나 검찰의 수사 착수 여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천 관가의 한 공무원은 "최근 공정위가 악재 연발로 사면초가에 처한 형국"이라면서 "공정위가 이런 악재들을 조속히 극복하고 경제검찰로서 위상을 회복해 올바른 경제질서를 확립하는 데 주력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