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리스트 언급된 의사·작성한 전공의 모두 정부가 만든 피해자"

"자기 몸도 돌볼 시간 없는 전공의가 유치장에 있어야 하나"

"정부가 의사들 사이의 관계를 결딴 내...결국 환자들 죽어가"

복귀 전공의 등의 명단을 게시한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모 씨와의 면담을 마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구속된 전공의와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입은 분들 모두가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며 울분을 토했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임 회장은 이날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정모 씨와 면회한 뒤 취재진과 만나 "14만 의사들의 대표인 대한의사협회장으로서 그리고 선배 의사로서 참담함과 슬픔을 금할 수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회장은 "오늘 유치장에 있어야 할 자들이 과연 자기 몸 하나 돌볼 시간도 없이 환자들이 죽어가던 현장에 있던 전공의여야 하는지, 아니면 '의사들을 악마화하고 의대정원을 증원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고 역사에 남는 개혁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대통령 귀에 속삭인 간신들, 그리고 그 명령에 따라 영혼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국민들이 길가에서 숨져가게 한 공무원들이어야 하는지"를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사들 사이의 관계를 하나하나 다 결딴내고 있다. 그 결과 환자들이 길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임 회장은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며 "이 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서 의사들도 국민들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게, 의사들이 오직 국민들 생명 살리는 걱정만 할 수 있는 세상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복직한 의사들의 명단이 적힌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직 전공의가 지난 20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정모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연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모 씨는 지난 7월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 등에 참여하지 않는 의사들의 신상 정보를 담아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의 명단을 만든 뒤 텔레그램과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여러 차례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