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 오히려 확대해야"

한국세무학회, 지난 17일 추계학술발표대회 개최

15년간 납세협력비용 2.14배↑ vs 징세비 경감(100원당 0.71원→0.49원)

윤성만 교수 "납세자 세부담 상승, 반면 과세관청 징세비 경감.. 상충 발생"

"전자신고세액공제, '납세협력지원세제'로 변경해 지속적인 세정협력 유도 필요"

정부가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전자신고세액공제를 '납세협력지원세제'로 변경해 오히려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정부의 징세비는 꾸준히 감소했지만, 납세자들의 협력비용은 이와 반대로 상승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세무학회(학회장 최원석)가 지난 17일 서울대에서 개최한 2024년 추계학술발표대회에서 '우리나라 조세정책의 중장기 개편방향' 주제 발표에 나선 윤성만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세무학회 부학회장․세무학연구위원장)는 이같이 밝혔다.

윤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현행 법인세 체계에 대해 △과세체계의 복잡성과 충돌 문제 △지속적인 조세지출항목 증가 △납세협력비용 부담 가중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윤 교수는 납세협력비용 부담 가중 문제에 대해 '납세협력비용 경감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납세협력비용 경감제도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기존 전자신고세액공제를 납세협력비용 전반에 대한 지원체계로 전환해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표에 따르면, 납세협력비용은 2007년 약 7조원에서 2022년 약 15조원으로 2.14배 증가했다. 반면 세수 100원당 징세비는 2007년 0.71원인데 2022년엔 0.49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윤 교수는 납세협력비용 대비 징세비 비중이 감소해 납세협력비용과 징세비용 간 상충관계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윤 교수는 "납세자들은 세부담 증가 및 협력비용까지 가중되는 상황에서 과세관청의 징세비 부담은 경감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첨단 전자세정, IT기술 활용 세금계산 등 세무행정 편의는 제고됐지만, 국민의 납세편의는 제고 됐는지 의문"이라고 문제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정부가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첨단 전자세정의 일환으로 징세비용과 납세협력비용을 절감하려는 취지로 도입했으면서, 이제 와서 전자신고율이 높아졌다고 세제지원을 축소 또는 폐지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는 과세관청이 전자신고를 단순히 세무행정 편의 목적으로만 운용하는 제도로 인식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자신고세액공제는 납세자의 납세협력비용 경감과 세무대리인 주도 전자신고율 제고에 대한 보상 관점도 존재한다"면서 "만일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나 폐지 시 서면신고로의 전환 가능성도 존재해, 징세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교수는 전자신고세액공제 명칭을 '납세협력지원세제'로 변경해 지속가능한 세제‧세정 협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정부입장에서 전자신고의 정착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했다고 해서 국민의 납세협력비용 보전제도를 없앤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납세협력비용 부담 가중 문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현행 신고납세제도에서 지속 가능한 세제·세정협력 및 성실납세를 유도하는 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윤 교수는 "일본도 2024년부터 청색(e-TAX) 신고시 추가 10만엔을 세액감면하도록 도입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전자신고 등 전자세정에 필수적인 전산장비 구입·유지관리비, 전산인력 채용·운용 및 영세사업자 세무신고비용 경감요인 등을 감안해 신고납부방식 세목 전부를 공제대상으로 유지하되 그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정형 기획재정부 법인세과장은 전자신고가 정착돼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학술대회에 참여한 김 모 세무사는 "현장에서 서면신고를 세무관서와 세무사들이 협업해서 전산입력처리를 해 전자신고율을 올려왔다"면서 "전자신고로 납세협력비용과 현장 부담이 엄청난데 얼마 되지 않는 세액공제조차 폐지한다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라며 정부의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전했다.

전자신고세액공제는 매년 소득·법인·양도·부가가치세 과세표준신고를 전자신고한 경우 1인당 연간 1~2만원씩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난 7월 정부는 전자신고가 정착됐다는 이유로 전자신고율이 낮은 양도소득세(48.6%, 2023년 기준)를 제외한 모든 세목의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9월엔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세무사회와 회원단체인 세무사고시회를 비롯해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사업자단체, 한국납세자연합회 등 시민단체들은 적극 반발에 나섰다. 전자신고세액공제는 행정비용 절감을 위해 납세자에게 전가한 비용을 보전하는 최소한의 조치로 전자신고가 보편화됐다고 해서 일괄 폐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오세희 의원이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안 철회 기자회견을 하는 등 야당 의원들이 전자세액공제 폐지 반대에 동참했다.

한편,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24명의 의원과 함께 전자신고세액공제를 '납세협력비용 세액공제'로 변경하고 공제액을 법률로 상향하고 영세사업자에게 지원을 확대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