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세무서 이모씨 국세청 소유지 관인 위조해 '꿀꺽'
'제2의 이석호 사건'인가.
현직 국세공무원이 공문서 위조를 통해 '국가의 땅(국세청 소유지)'을 팔아 거액을 챙기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공무원은 국유재산을 팔아 치운 후에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버젓이 2년여를 세무서에서 근무해오다 관련 사실이 발각되자 곧바로 잠적해 버렸다.
이 공무원은 국세청소유지를 팔기 위해 세무서장 관인을 훔쳐 매매계약서에 관인을 찍는 방식으로 공문서를 위조하는 한편, 땅을 사는 사람이 의심하지 않도록 세무서 고유의 계좌번호 외에 세무서 명의로 또 다른 계좌를 트는 치밀함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 ※'희대의 국고강탈범' 전직 국세청 직원 이석호씨 사건은?=광주지방국세청 소속 세무공무원이었던 이석호씨가 지난 1971년부터 1985년까지 세무서와 광주청 국유지 매각 관재업무를 담당하면서 무려 5262만평(여의도 면적의 21배)의 국유지를 불법취득, 친인척 등 명의로 위장분산시킨 사건이다. 지난 1994년 대법원이 불법취득분 중 3579만평의 국유지 불법취득에 따른 환수판결을 내렸지만 12년이 지난 현재에도 미환수된 토지가 남아 있는 상황. 현재 광주청에는 미환수된 토지의 환수업무만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
6일 재정경제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현재 영월세무서 이모씨(업무지원팀장, 6급)는 원주세무서에서 근무하던 지난 2004년 5월 관인을 훔쳐 공문서를 위조한 뒤, 국세청 소유의 토지(원주시 단구동 ○○○○-○번지 등)를 불법으로 매각, 약5억원을 챙겼다.
이씨는 '희대의 사기'를 통해 거액을 챙긴 뒤에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최근까지 버젓이 근무를 해왔다. 국세청이 2007년 업무계획을 세우기 위해 보유자산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범죄사실이 드러난 이후에야 자취를 감췄다.
이씨가 이처럼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 과정을 보면 국세청의 국유지 관리실태, 또 납세자 비밀보호 등 보안을 생명으로 해야 할 기관장 관인을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씨가 팔아먹은 문제의 땅>
이씨가 사기를 벌일 당시는 원주세무서 업무지원팀장에서 같은 세무서 재산세계장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 국세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세무서장은 기관장 관인을 본인이 직접 관리하지 않고, 총무과장이나 업무지원팀장에게 관례적으로 관리를 일임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씨가 총무과장 성격의 업무인 업무지원팀장을 맡으면서 원주세무서가 보유한 토지현황은 물론 관인이 어디에 어떻게 보관되는 것인지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는 분위기다.
이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은 업무지원팀장에서 재산세계장으로 자리를 옮겨서다. 그는 부근 중개인 등을 통해 문제가 된 토지의 매입자를 물색했고, 당사자가 나타나자 매매계약서에 훔쳐낸 관인을 찍어 공문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토지를 매각한 것.
이 과정에서 그는 거래당사자가 세무서와 거래하는 것으로 믿도록 하기 위해 납세자가 세금을 납부하는 세무서 고유의 계좌번호 외에 세무서 명의로 또 다른 계좌를 개설했다. 거래상대방이 계좌이체를 할 때 수취인으로 '원주세무서'가 나타나도록 치밀함을 보인 것.
이씨가 매매에서 받은 돈은 불법거래의 성격상 토지를 급하게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시가에 훨씬 못미치는 5억원 정도로 전해졌다. 문제의 토지는 국세청이 지난 2000년 가지고 있는 토지를 원주시청 소유토지와 교환을 해서 갖고 있던 토지로 알려졌다.
이씨가 범행을 저지른 이후 2년여의 기간동안 이 세무서에는 3∼4명의 세무서장이 거쳐갔으며, 2005년과 2006년 등 2번의 새해계획을 세우면서도 문제가 된 토지가 사라진 사실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만큼 국유재산 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세무서장 관인을 총무과장 또는 총무과장과 같은 업무를 하는 업무지원팀장이 관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재산세계장이 어떻게 훔쳐서 사용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이씨가 팔아먹은 토지는 현재 제3의 취득자가 집까지 지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매입자의 땅 매입이 선의(국유지를 불법으로 사들인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경우)라면 국세청으로서는 그 땅을 되돌려 받을 길이 없어진다.
국세청은 이씨가 해외로 도피할 것을 우려해 출국금지 등의 조치를 위해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아울러 이씨가 범행을 저지를 당시 거래당사자가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씨가 계약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총무과장이라면 모를까 재산세계장은 세무서를 대표해 재산을 매각할 수 없는 위치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
이에 따라 국세청은 매각자체가 원천무효임을 입증, 사라진 땅을 되돌려 받기 위한 원인무효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