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소송 끝에 받은 손해배상액, '기타소득'인가…법원 "과세 위법"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당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끝에 사측으로부터 지급받은 보수 및 퇴직금 상당 배상손해액은 소득세법상 위약금이나 배상금에 해당하는 '기타소득'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8-1부(재판장 정총령 부장판사)는 A씨가 연수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최근 세무당국의 항소를 기각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부당해고소송에 따른 손해배상액은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이 아니므로 이를 전제로 한 종합소득세 경정청구 거부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며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주식회사 B의 이사였던 A씨는 근무한지 1년여 만인 2018년 3월 경영상의 책임 등을 이유로 해임됐다.

이에 A는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급여 상당 손해액 3억4천만원과 퇴직금 상당 손해액 1억2천만원을 합한 4억6천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하지만 사측은 이 같은 판결에 항소했고, 재판부는 1심 손해배상액보다 감액된 4억9백만원(급여 상당 손해액 3억1백만원, 퇴직금 상당 손해액 1억8백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는 항소심 판결에 따라 세무당국에 납부한 종합소득세 7천8백만원 중 3천2백만원을 환급받았는데, 급여 상당 손해배상액은 근로소득에, 퇴직금 상당 손해배상액은 퇴직소득에 각각 해당한다고 보고 2020년 귀속 종합소득세 1억4천5백만원의 환급경정청구를 했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손해배상액이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아 경정청구를 거부했고,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에서도 기각 결정이 나오자, A씨는 불복 소송을 냈다.

소송 확정판결로 원고가 지급받는 손해배상액은 근로소득, 퇴직소득으로 지급한 것이므로, 소득세법상 소정의 '계약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해 받는 위약금과 배상금'에 해당하는 기타소득임을 전제로 한 과세 처분은 위법하다는 게 A의 주장이었다.

1심을 맡은 인천지방법원 행정1-1부는 지난 2월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은 엄격한 의미의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해 받는 위약금과 배상금만 의미한다. 원고가 B와 맺은 계약은 임원 위임계약으로 엄격한 의미의 재산권에 관한 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0호의 '위약금'과 '배상금'은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받는 손해배상으로, 본래 계약 내용이 되는 지급 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는' 손해에 대해 배상하는 금전이나 물품 가액을 의미한다.

따라서 "A가 이사로서 잔여임기 동안 지급받을 수 있었던 보수 및 퇴직금 상당 손해배상액은 본래 위임 계약의 내용이 되는 지급 자체에 대한 손해를 '넘는' 손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세무당국의 항소 제기에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2심은 "원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사 해임된 것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인정됐고, 급여 및 퇴직금 상당 배상액은 본래 계약 내용이 되는 지급 자체에 대한 손해를 배상받은 것으로 이를 넘는 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