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일본 반면교사 삼은 정책"..정부 "한.일 단순 비교 무리"
최근 정부가 잇따라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며 부동산 시장이 냉각될 조짐을 보이자 일본식 불황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무리한 정책에 따른 부동산 거품 붕괴로 10년간의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을 답습할 것이라는 주장과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은 올바른 정책이라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차 엇갈리고 있다.
◇ "과도한 긴축.규제로 장기불황 우려" =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위원은 최근 `가계발 금융위기, 해법은 있다'란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90년대 장기 불황은 정부의 무리한 긴축 적 통화정책과 부동산 대출 관련 규제 강화로부터 시작됐다"며 "이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LTV(주택담보비율) 한도 축소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확대 등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와 콜금리 인상, 지급준비율 인상 등 긴축 통화정책 등이 90년을 전후로 한 일본의 공정 할인율(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 인상과 주택대출 총량 규제, 토지 세율 인상 등 조치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주 연구위원은 "만약 가계 부채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근로소득 정체와 부동산 가격 급락 등이 동반될 경우 일본형 장기 불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자산 시장과 금융 시장의 혼란, 개인파산자.신용불량자 양산, 금융기관의 부실화, 기업 파산 급증 등 과정을 통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재정경제부 이찬우 경제분석과장은 "최근 가격이 많이 오른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어느정도 가격 조정이 있더라도 수요가 급랭하지는 않기 때문에 상업용 건물이 부동산 가격 급등을 유발한 일본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거품 붕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정책 때문에 일본식 불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경부는 일본식 불황 논란이 가열됐던 2005년 7월에도 보고서를 배포하고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자산 버블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일본과 같은 장기 복합불황 전망을 반박한 적 있다.
◇ "LTV.DTI 정책, 일본 반면교사 삼은 것" = 민간 연구기관인 금융연구원도 정부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추가적인 정책 필요성까지 제기하며 현대경제연구원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융연구원 김동환 금융정책.제도팀장은 `부동산 거품과 그 해법'이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사하게 경제의 기초여건이 취약한 불황국면에서 부동산과 주식의 거품이 순차적으로 생성했다가 붕괴하는 패턴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급작스러운 금리인상으로 부동산과 주식의 거품이 동시에 생성.붕괴됐던 일본처럼 금융과 실물이 장기 복합불황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김 팀장은 "최근 금융당국이 LTV.DTI 규제와 동일차주에 대한 대출건수 규제를 양대 축으로 해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는 정책을 제시한 것은 현명하다"며 "금리인상 대신 LTV와 DTI 규제를 택하게 된 배경에는 부동산 거품과 붕괴로 10년을 잃어버렸던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거품의 원인으로 ▲부동산을 담보로 한 재테크 융자 ▲부동산을 대체할 재테크 수단 결여 ▲과잉유동성 등을 꼽고 "거품대책의 기본 취지는 거품붕괴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완화해 회복의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거품을 만들어 거품의 붕괴를 막자는 발상으로 대단히 위험하다"며 "선별(selection)과 미세조정(fine-tuning)을 통해 시장과 경제를 연착륙(soft-landing)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술 더 떠 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연구원내에서 나왔다.
금융연구원 구본성 연구위원은 한 보고서를 통해 "주택금융에 대한 부채를 규제하더라도 이외의 방식을 통한 대출이나 여신 용도를 확인하지 않은 대출이 확대될 수 있다"며 "가계는 상환 가능한 부채 규모를 유지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특정 대출에 국한된 규제보다는 규제가 필요한 대출의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연구위원은 "DTI 규제 외에 개인별 소득 또는 자산 특성을 감안해 대출 한도를 은행별로 자율적으로 적절히 조정할 수 있는 자기선택(self-selection) 권한을 금융회사에 위임하고 이에 대한 자본 비용이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