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반국가 세력” 언급하며 비상계엄 선포
여의도 상공에 ‘군용 헬기’… 도로변엔 ‘장갑차’
이재명·한동훈, 공히 대통령 비상계엄 비판해
◆…지난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군용 장갑차가 시민들로부터 둘러싸여 있다. [사진 = 곽명곤 기자]
"계엄 해제됐다!"
"(계엄 해제 요구안) 통과됐대!"
4일 오전 1시 2분께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1문 앞. 군중들 사이에서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선포한 비상계엄에 대해서, 국회가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다.
■ 윤, "반국가세력" 언급하며 비상계엄 선포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25분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갖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며 "국민 자유·행복을 약탈하는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회를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국회가 우리 정부 출범 이후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장관·방통위원장·감사원장·국방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의 입법독재는 '예산 탄핵'까지 서슴지 않았다"며 "이는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라고 했다.
아울러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 소굴이 됐다. 입법독재로 국가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강조했다.
■ 여의도 상공에 '헬기'.. 도로엔 '장갑차'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4일 오전 12시3분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6문 입구 앞. 국회 앞에 형광색·남색 등의 복장을 한 경찰 병력이 포진돼 있었다. 이들은 국회의원과 국회 보좌관, 사무처 직원, 출입기자 등 관련 직원 외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 시각 여의도 상공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헬기 3대가 연이어 국회의사당 경내로 진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1문 앞에서 시민들이 모여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 = 곽명곤 기자]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군인이 탑승한 차량을 시민들이 막아서고 있다. [사진 = 곽명곤 기자]
이윽고 10여분간 걸어 도착한 국회의사당 1문 앞.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이곳에 모인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게 21세기에 무슨 짓거리야"라거나 "군인들이 저 안(국회)에 들어가 있다는데", "본회의장에서 보좌관들이 막고 있나봐" 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들 중 일부는 "계엄철폐 독재타도"라는 구호를 주기적으로 외쳤다. 또한 몇몇은 "비상계엄 중단하라"라는 피켓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따금 의원들이 도착해 국회 경내로 진입할 때 시민들 사이에서 박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오전 1시2분께. 시민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들 사이에서 "해제됐다 박수!"라거나 "계엄 해제됐다, 통과됐어!" 등의 큰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국회는 해당 시각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시켰다.
이후 이곳에 모인 군중들 중 일부는 "윤석열을 체포하라", "김건희도 체포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오전 1시9분께 국회 2문 앞 도로. 이곳에서는 계엄사령부 소속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탄 차량의 이동을 시민들이 막아서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해당 차량에 탄 군인들을 향해 "니들은 자격이 없다"거나 "군인들 못 들어가게 할 것"이라는 등의 목소리를 냈다.
계속해서 오전 1시50분께 국회 1문 인근 도로. 이곳에서는 군용 장갑차들이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해당 장갑차를 맞닥뜨린 한 행인은 "이거 뭐야. 와, 윤석열이 대단하다"며 이내 핸드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장갑차 인근에서는 "아저씨 멋있어요!"하는 해맑은 목소리라거나 "나, 나, 사진 좀 찍어줘"하며 동료에게 부탁하는 이야기 등도 들려 왔다.
장갑차가 시민들 인파에 묶여 수 분 동안 움직이지 못하자, 몇몇 군인이 차에서 내려 "도와주십시오! 복귀하겠습니다"라며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군중들은 차츰 길을 내주는 와중에, 한 시민은 "명령 같은 명령을 들어야지"하면서 장갑차를 두드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1문 앞에 모인 시민들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 = 곽명곤 기자]
■ 한동훈 "비상계엄 선포 잘못돼"
■ 이재명 "이 계엄은 위헌·불법"
한편, 윤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비상계엄과 관련해 여·야 대표는 공히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일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직후 당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 과정을 심각하게 지켜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4일 국회가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시킨 이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비상계엄 선포는 원래 위헌·무효지만 이번 국회 의결로 한 번 더 확인된 것"이라며 "위헌 계엄 선포는 악순환을 끊어내고 정상 사회로 되돌아가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아울러 "국회에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를 즉각 중지해 주길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