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이복현 금감원장, 내년초로 연기 밝혀
이복현 "현 경제 상황과 금융 여건 종합적 고려"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들, 현 상황 극복 위한 대책 마련에 진력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장, 5대 금융지주회장, 정책금융·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개최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과제를 논의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등 금융권의 주요 검사결과 발표를 내년 초로 연기하기로 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불안정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줄 수 있다는 우려감에 우선 경제 동맥 역할을 하는 금융권의 검사결과 발표를 미룬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1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현 경제상황과 금융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은행 등 금융권의 주요 검사결과 발표를 내년 초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정치 불안으로 시장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파생상품 등의 거액손실 또는 금융사고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내부통제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권에서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 건으로 임종룡 회장까지 강하게 압박한 이 원장이 현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치 불안정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F4(경제금융 수장)가 대내외 투자자들의 탈(脫) 한국 러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셈이다.
이 원장은 앞서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과 관련된 불법 대출금에 검사 진행 과정에서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불법이 있었던 것을 저희가 확인했다"며 "이 부분들을 중점 검사사항 중 하나로 보고 있고, 불법이나 비리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런 것(불법 대출)들이 제대로 이사회에 보고가 됐는지, 이사회 기능이 작동됐는지, 이사회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점검할 것"이라며 "최종 검사 결과는 다음 달(12월) 중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측이 전임 회장 재임 시절 있었던 일이라며 선을 그어왔지만 이 원장이 이를 정면 반박하면서 임 회장의 거취를 재차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당초 지난 10월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한 금감원은 내주 우리은행 검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정기검사 기간을 2주일 연장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인사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관련 검사가 진행됐고, 이미 사태의 본말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 어수선한 시기에 이를 발표하는 것은 금융당국이나 우리금융으로서는 전혀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금융은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한 곳이므로 우리 경제에 중차대한 역할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현 혼돈의 시국을 타개한 후 모두 제자리를 찾은 다음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4대 금융지주사(KB국민·신한·하나·우리)들은 이번 계엄사태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위협적인 것으로 판단,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대내외 투자자들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을 구심점으로 계열사 CEO들과 함께 기존 밸류업 계획을 지속해나간다는 약속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해외 법인들과 실시간 소통하며 건전성을 관리 중이다.
더불어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우려되는 우리은행 등 계열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외화 예수금 이탈 등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