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년 7개월 만에 1450원 돌파
전문가 "美 향후 통화 정책기조 변화, 국내 정치 불확실성 더해져 시장 민감 반응"
"외환당국, 적극적 구두개입 필요…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 고려해야"
"우리나라 망하지 않아…점차 1300원대 정도로 수렴할 것"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 가량 오른 채 거래를 시작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원·달러 환율이 15년 7개월 만에 '1450원'을 돌파하면서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불안과 맞물려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망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환율 급등은 '일시적 현상'으로 향후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19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 25bp 인하(4.50~4.75%→4.25~4.50%) 결정했다.
시장은 이를 예상했지만 최근 미국의 견조한 경제 상황, 다소 주춤한 디스인플레이션 추세 등을 반영해 경제전망을 비교적 큰 폭으로 수정하면서 내년 정책금리 전망을 예상(3∼4회 인하)보다 제약적으로 변경(2회 인하)한 점 등을 시장은 매파적으로 해석했다.
이에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3.9원 오른 1453.0원으로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던 2009년 3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금리인하보다는 향후 통화 정책기조 변화에 대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동안 연준이 내년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하가 3~4번 정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날 연준은 금리인하가 2회 정도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장의 기대가 무너지며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경제가 견조한 상황도 있겠지만 금리인하 속도가 완만해 지면서 상대적으로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 기대로 인해 장기채 금리가 폭등하고 환율이 치솟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원화의 경우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 이상으로 오른 상황에서 이번 연준의 금리결정이 추가적으로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의 급변동을 막기 위해서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경제부총리, 한은 총재 등의 조금 더 적극적인 구두 개입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한 현재 통화 스와프가 체결되어 있지 않은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거나 주요 기축통화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는 "1450원이 너무 큰 숫자이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굉장히 민감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1450원대를 돌파하며 심리적으로 일종의 '패닉' 같은 게 왔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 실장은 "하지만 현재 상황은 강달러의 뉴노멀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1440원대, 1450원대의 환율이 뉴노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뉴노멀은 1300원~1450원 정도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면서 다소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환율 급등으로 불안한 심리가 이해되지만 그로 인해 우리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전혀 관계가 없다. 미국 금리결정에 따른 영향"이라면서 "향후 환율은 점차 1300원대 정도를 향해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