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즉시 파리협정 탈퇴 행정명령 서명
EU와 중국 등의 친환경산업 규모 만만치 않아
미국 다수 주(州) 연방정부와 상관 없이 자체 기후노력 지속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후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파리협정을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친환경 업계에서는 곧바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친환경 산업의 성장은 지속될 것이며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가적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석유·가스 채굴 확대를 강조한 후, "우리 발 밑에는 액체 황금이 있으며 그린 뉴딜과 전기 자동차는 끝낼 것"이라면서 "이전 행정부의 파괴적이고 급진적인 행정명령을 철회할 것. 약 5분 안에 모두 무효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석유·가스 업체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파리협정은,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C 또는 2°C 이하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현재 전 세계 약 190개 이상의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 협약이다.
◆…자료 :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파리협정 체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의 탈퇴로 세계는 온실가스 규제 및 신재생 에너지 성장이 흔들리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 정연우 연구원은 "산업화 이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국가이자, 현재 배출량 기준 중국에 이어 2위 국가인 미국은 파리협정 체제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선진국 진영의 자금 공여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는 저개발 국가를 돕는 GCF(Green Climate Fund)에도 미국이 상당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파리협정 탈퇴 이후 미국의 자금 공여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 :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한편, 트럼프의 파리협정탈퇴 조치로 석유·가스 업체들이 새로운 성장기회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반면, 신재생 에너지·전기차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 축소 등 경영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배터리 업계의 긴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한다. 미국은 현지에서 배터리 기업이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포함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트럼프로 인해 이러한 보조금이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다른 한편에선 친환경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정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첫 탈퇴를 선언했던 지난 임기 시절과 달리, 이미 EU와 중국을 필두로 많은 국가들이 친환경 투자로부터 경제 성장을 이루기 시작했으며, 전 세계적인 친환경 투자 확대 트렌드 속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 파리협정탈퇴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많은 주(州)에서 연방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체적인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지속했다는 점 또한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감축법 폐기를 위해선 상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친환경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회사들은 트럼프의 정책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 혜택이 축소될지 우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트럼프가 중국 신재생에너지 업체를 강력 견제할 경우 한국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