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트럼프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제동…"명백한 위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대해 연방법원이 그 효력을 14일간 차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23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따르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시애틀 연방법원의 존 코에너 판사는 25분간의 변론을 듣고 난 뒤 "나는 40년간 판사로 일했다"며 "이는 노골적으로 헌법을 위반하는 행정명령이다. 이 사건만큼 명백히 위헌적인 사건은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오는 2월 말 행정명령이 발효되는 것을 막기 위해 4개 주(워싱턴·애리조나·일리노이·오리건주)에서 제기됐다.

이는 민주당 소속 법무장관과 이민자 권리 단체가 "미국 시민 및 그린카드(영주권) 소지자의 자녀에게 자동으로 부여되는 출생 시민권을 제한하려는 행정명령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5건의 소송 중 하나이다.

4개 주를 대표하는 변호사들은 법원 문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연방 정부는 (미국의 노예제도를 옹호했던) '드레드 스콧' 사건의 현대판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며 "그러나 헌법에는 대통령, 연방 기관 또는 특정 개인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의 시민권을 부여하는 데 조건을 설정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행정명령이 시행되면 우리는 메디케이드 및 아동 건강 보험 프로그램(CHIP)과 같은 연방 지원이 끊기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상당한 재정적 손실 외에도 시민들에게 정책 변화를 설명하고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행정적 부담을 즉시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시 차단 명령이 없으면 우리 주에서 태어난 어린이는 곧 불법 체류자가 돼 추방 또는 구금될 것이고, 많은 어린이가 무국적자가 될 것"이라며 "그들은 자유롭게 여행하고 미국에 재입국할 권리를 거부당할 것이다. 합법적으로 미국 내에서 일할 수 없고 미국 대통령이 만든 새로운 하위 계층의 일부로 불안정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일인 지난 20일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어머니가 불법 체류자이고 아버지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 어머니가 비자 등에 의한 임시 체류자이고 아버지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에는 출생 자녀에게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미 수정헌법 14조에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모든 사람은 미국 관할권에 속하는 경우, 미국 시민이자 그들이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라고 명시돼 위헌이라는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