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적절한 시기 파월 의장 만나 금리인하 요구할 것...강력히"
연준위원 다수, '금리 동결론'에 힘 실어...인하 여력 있지만 인플레가 부담
파월 연준의장, 12월 FOMC 이후 '동결'에 힘 실어..."현 상황, 안개 낀 밤 운전"
연준 독립성 훼손 비판도...파월 "美대통령, 법적으로 연준의장 해고 권한 없다"
버냉키 전 연준의장도 1월초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침해 우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이 거세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압박에 오는 28~29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어떤 답변이 나올지 궁금해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적절한 시기에 파월 의장과 만나 금리인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리가) 많이(a lot) 낮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취임한 지 사흘 만에 내놓은 금리 관련 첫 발언이다.
또한 같은 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상연설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의 주범이 금리 인하라는 주장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연준의 금리 정책을 비판해 온 트럼프가 우려했던 대로 집권하자마자 파월에게 금리를 인하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읽힌다. 이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연준위원들의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제 상황,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효과의 복잡성 등을 고려할 요인이 많아진 탓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은 1월 기준금리 동결을 확신하고 있으며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연내 금리 인하 전망 횟수를 3회에서 2회로, 바클레이스는 2회에서 1회로 축소하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금리 동결을 전망하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견조하고 성장세가 뚜렷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중립 성향 연준위원들도 통화긴축(매파적 성향) 의견에 동조하고 있는 점은 당분간 연준의 금리동결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물가는 느리지만 안정화되고 있어 금리인하 여력이 높아지긴 했지만 최근 물가상승의 둔화폭이 축소되고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3%로 반등한 점은 부담요인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공개된 작년 12월 FOMC 회의록에는 이민 및 무역 정책 변화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최소 4차례 언급됐다. 이 같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더욱 늦출 것으로 전망됐다.
연준은 지난해 9월 오랜 기간동안의 통화긴축(매파적 성향)을 끝내고 금리 인하에 착수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결과 최고 5.25~5.5%에서 현재 4.25~4.5%로 1%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지난해말 견조한 경제와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로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겠다고 밝힌 상태다.
시장에서는 오는 29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리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금리동결'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더불어 올해 1분기까지 금리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Fed Watch) 툴은 1월 FOMC 금리동결 확률을 99.5%로, 전년말 대비 1분기까지 금리동결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상상인증권 신얼 연구원은 "1월 FOMC 뿐만 아니라 3월까지는 지표의 확인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효과에 대한 판단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라며 "추가 인하는 6월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모습. 당선인 시절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파월을 해임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번복하고 그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로이터 제공］
한편 파월 의장은 12월 FOMC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세가 경제 및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으나 그 영향의 크기나 기간은 실제 결정된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라며 "현재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전개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관세 영향을 미리 반영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현 상황은) 안개 낀 밤에 운전하거나 가구로 가득 찬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비유하며 "그냥 속도를 늦추면 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발언이다.
12월 FOMC 회의록에서도 "통화정책 전망을 논의하며 참가자들은 위원회가 통화정책 완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거나 이에 근접했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이 담겨 동결을 시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발언이 연준의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1월초 전미경제학회(AEA)에서 당시 트럼프 당선인이 연준의 독립성을 침해할 것임을 우려했다. 그는 "연준의 독립성이 흔들리는 것은 인플레이션과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갈등 관계는 지난 2017년 트럼트 1기 재임(2017년 1월 20일~2021년 1월 20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지명해 연준 의장(2017년 11월 2일 임명)이 된 파월의 통화정책에 대해 재임기간 많은 비난을 쏟아냈다. 이후 대통령에서 물러날 때도 향후 백악관에 복귀할 시 그를 해임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미국 대통령은 연준 의장을 해고하거나 강등할 권한이 없다"며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의 임기는 바이든 전 대통령에 의해 2026년 5월까지 재임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