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 이찬우號 출항...'경쟁력 제고' 등 해결 과제 산적 

3일 임시주총서 최종 선임...두 번째 금감원 출신 회장

그룹 성장 위해 강호동 중앙회장과의 교감 중요...‘새판 짜기’ 나설 듯

내부통제 강화·그룹 수익성 제고 등 해결과제 산적...'독립경영' 이슈도

이찬우(59)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3일 정식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내정자는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농협금융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한다. 지난해 12월27일 회장으로 내정됐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대상인 관계로 즉시 선임은 제한됐다.

금감원 퇴직자의 경우 4급 '선임 조사역'부터 재취업 시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취업심사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예정대로 농협금융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임돼 임기를 시작할 전망이다. 임기는 2년이다.

이로써 회장대행 체제를 이끌어온 이재호 부사장은 원래 자리로 복귀하게 된다. 신임회장 취임식은 생략하고 바로 업무에 돌입할 것이라고 농협금융은 전했다. 
이 내정자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사대부속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정치학과(학사)와 동 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책학과(석사)를 졸업했다. 미국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을 전공했다.

행정고시(31회) 합격 후 공직에 나선 후 경제관료의 길을 걸었다. 재정경제부 복지경제과장·경제정책국 경제분석과장과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미래사회정책국장·경제정책국장과 차관보를 거쳤다. 이후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과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을 지냈다.

농협금융지주 제4대 김용환 회장에 이어 두 번째 금감원 고위직 출신 회장이며,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를 지낸 이용우 전 의원의 동생이기도 하다.

전임 이석준 회장과는 달리 이 내정자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체제에서 회장으로 선임된 만큼 강 회장은 물론 중앙회와의 원만한 관계 유지가 절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석준 전 회장의 경우 자회사(NH투자증권) 대표이사 인사와 관련해 강 회장과 의견 대립으로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 내정자는 취임과 동시에 '새판 짜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말 농협은행과 농협생명·손해보험·저축은행·캐피탈·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물갈이했다.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인사로 알려졌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 사령탑엔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이 발탁됐다.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막강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앙회는 농협금융 지분 100%를 갖고 있어 타 금융지주와 지배구조가 다른 상황이다. 특히 농협중앙회 소관 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이고 농협금융은 금융당국(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또한 농협 내부 조직논리도 금융당국의 지도보다는 중앙회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게 중론이다.

이 내정자는 9개 계열사 중 6개 계열사의 대표이사(CEO)가 교체된 만큼 강 회장과 전략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새로운 비전 만들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내부통제 강화와 비(非)은행 계열사의 시너지 제고를 통한 수익성 향상, 그리고 디지털 혁신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3일 NH농협은행 새 사령탑에 오른 강태영 신임 행장은 '금융, 품격을 담다'를 경영목표로 세우고 임직원이 늘 살펴야 할 고려사항으로 ▲고객신뢰 및 동반성장 ▲원리원칙 재정립 및 내부통제 혁신 ▲디지털 리딩뱅크 도약 ▲미래금융 선도 등을 강조했다.

특히 강 행장은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내부통제를 한 층 더 강화해 금융사고 예방에 전력을 기울이며 금융 패러다임의 시프트를 통해 디지털 채널을 중심으로 고객전략을 새롭게 재편하고 디지털 리딩뱅크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농협은행의 핵심과제는 내부통제 강화라는데 이견이 없다. 금융사고 건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다 100억원대 이상 대형 금융사고 또한 증가했다. 강 행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금융사고 예방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한 게 그 방증이다.

또한 농협금융의 경쟁력 강화도 또 다른 해결과제다. 농협금융은 현재 KB·신한·하나·우리금융과 함께 5대 금융지주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면에서 보면 최하위다. 금융회사 역사에서나 거점(지점)수에서 타 금융그룹보다 뒤떨어지는 게 없는데 수익성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늘 나온다.

농협금융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약 2조3000억원 수준으로 '리딩금융'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KB금융(약 4조4000억원)과 2위인 신한금융(약 4조)의 당기순익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 정도다. 하나금융(약 3조2000억원)과 비교해도 1조원 정도 적으며, 비(非)은행 계열사 수익성이 미흡한 우리금융(약 2조6000억원)과 비교해서도 약 30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심지어 같은 기간 IBK기업은행 실적과 비교해도 그 격차가 1000억원대에 불과할 정도로 수익성 측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수익성이 경쟁사보다 뒤처져 있는 데다, 증권을 제외한 보험 등 비(非)은행 자회사들의 성적이 업권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 순익은 1조6000억원대로 '리딩뱅크'인 신한은행(약 3조1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하나은행(약 2조7800억원)과 KB국민은행(약 2조6100억원)과 비교해도 1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금융지주 보험사 중 농협금융 보험사(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는 같은 기간 각각 2478억, 1518억원 수익을 내 수익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하곤 있지만, 업권 내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NH투자증권(5766억원)의 경우 업권 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룹 지분율이 50%대에 그치고 있어 이익 기여도가 낮다는 게 흠이다.
 

신임회장의 과제...내부통제 강화·경쟁력 제고 그리고 조직 장악

이 내정자는 공식 회장 취임 이후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고객 신뢰 제고와 함께 그룹의 수익성 확대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고환율 뉴노멀시대'에 생존을 위한 미래 먹거리(성장 동력) 확보 전쟁에서도 큰 족적을 남겨야 한다.

다만 관건은 그룹 회장이기는 하나 타 금융그룹 회장과는 달리 약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그룹 내부 조직 장악력을 어떻게 강화시키느냐다.

현재 중앙회장에 집중되어 있는 농협금융그룹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권을 어느 정도까지 위임 받을 수 있을 지 또는 장악할 수 있을 지가 향후 그룹을 턴어라운드 시키는데 가장 핵심적인 이슈가 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농협금융의 경우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어 '완전한 독립경영'은 어렵겠지만, 그룹 회장으로서 손발을 맞춰야 하는 계열사 대표이사(CEO)에 대한 인사권이 어느 정도는 보장되어야 그룹 경영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임 이석준 회장은 재임 기간 중 농협금융그룹의 실적 향상을 주도하며 지난해 3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경영면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내부통제 미흡과 함께 자회사 CEO 인사권을 두고 중앙회장과의 갈등으로 연임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협금융은 2022년 2조603억원, 2023년 2조5419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이석준 회장 취임 후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올 3분기 누적으로 2조6270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내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다만 '내부통제' 미흡으로 금융감독원의 정기감사를 받는 등 '금융사고'에 대한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는 게 흠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10억원 이상 금융사고 6건 중 4건, 사고금액으로는 360억원 중 293억원(80%)이 지난해 발생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전임 이석준 회장의 연임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고 예상대로 이 전 회장은 고배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