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美의 친구가 되는 것은 치명적' 버나드 말 인용"
산업계 "미·캐·멕 모두 피해, 인플레이션 유발 우려"
캐나다·멕시코, 보복 관세 맞불...중국, WTO에 제소
◆…멕시코 국경 근처에서 미국으로 건너기 위해 다리를 건너는 트럭. 사진=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친구가 되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역사학자 버나드 루이스의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며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은 물론이고 우호적인 동맹국을 향한 트럼프의 경제적 공격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WSJ은 "트럼프는 때때로 미국이 아예 수입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이른바 자급자족이 가능한 것처럼 말한다"며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니고 우리가 살고 싶어하는 세상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가 협상 수단으로서 관세가 아니라 관세 그 자체를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대통령이 상대국과 협상을 위해 관세를 활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그 자체로 목적"이라며 "트럼프가 실시한 관세가 특별한 이유는 그가 협상을 추구하는 데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자국에 유리한 교역 조건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복종할 것을 요구해 왔다"며 "그런데 관세 전쟁이 전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자 수입시장인 미국의 지위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다른 국가들에게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약속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트럼프는 그런 약속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주요 무역 동맹국과의 무역 전쟁은 글로벌 성장을 약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경고를 트럼프가 무시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트럼프는 미국의 통치 방식과 동맹국과의 교류에 대한 규범을 완전히 뒤집고 있다고 덧붙였다.
◆ 美 산업계, 트럼프 관세 철회 촉구
트럼프의 관세부과에 미국 내 노조, 업계를 대변하는 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소비자 피해,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을 거론하며 관세 철회를 요구했다.
미국 철강노조(USW)는 이날 성명을 내고 "USW는 오랫동안 고장난 무역 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인 개혁을 요구해왔지만, 캐나다와 같은 주요 동맹국을 공격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석유화학업계 단체(AFPM)는 성명에서 "우리는 북미 이웃 국가들과 신속히 해결책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그 영향을 느끼기 전에 원유, 정제 및 석유화학 제품이 관세 일정에서 제외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기산업을 대표하는 NEMA는 전기 및 전자산업이 미국의 수출입 상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세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식품산업 단체인 소비자브랜드협회(CBA)의 톰 매드레키 부사장은 "멕시코,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대한 관세, 특히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와 투입물에 대한 관세는 소비자 가격을 높이고 미국 수출업체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증류주협회, 멕시코 데킬라산업협회, 캐나다 증류주협회는 공동 성명을 내고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 증류주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세 나라 모두에 상당한 피해를 줄 것이며 보복 관세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 캐나다·멕시코 관세 맞불 예고...중국 WTO에 제소
캐나다와 멕시코는 보복 관세를 포함한 대응을 예고하며 무역 전쟁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미국 관세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맥주, 목재, 가전 제품을 포함한 1550억달러(약 226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25%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의 관세로 인해 식료품과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고 니켈, 칼륨, 우라늄, 철강 및 알루미늄과 같은 상품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경제부 장관에게 보복 관세를 시행하라고 지시했으며 트럼프의 관세에 맞서기 위해 캐나다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잘못된 처사에 대해 중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며 이에 상응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이 걸핏하면 관세를 수단으로 타국을 위협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미국이 평등호혜·상호존중의 기초 위에서 문제를 직면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