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논의’ 지분법, 기업들 ‘이것’에 깜짝

국제회계기준 개정 초안 보니… 투자사에 반영되는 ‘관계사 손익’ 커져

관계사 손실로 증자 때 손해 볼 수도… 한국회계기준원, 검토 의견 제시

기업과 관계사간 거래로 관계사에 발생한 이익이나 손실을 본 기업의 회계에 반영하는 규모를 늘리는 내용의 회계 기준 개정이 글로벌 기관에서 논의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AS)을 관장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공개한 '지분법 회계처리' 개정안이 그것이다. 실제 도입된다면 여러 관계사와 거래하는 기업은 관계사의 여건에 따라 실적이 과대 혹은 과소 평가되고 세금 부담도 달라질 수 있어 세무·회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회계기준원(KASB)은 지분법 개정에 대한 국내 의견을 담아 지난달 20일 IASB에 보냈던 서한을 지난 4일 기관 누리집에 게재했다. 지난해 9월 IASB가 공개한 'IAS 개정안'(초안)의 지분법 변경 내용에 대한 한국 업계와 학계, 기관 등의 검토의견을 모아서 전달한 내용이다.

IAS 개정안에는 ①관계사 투자 원가 측정 방법 ②투자사가 보유한 관계사 지분의 증감 때 회계처리 방법 ③관계사 손실 중 투자사 몫을 인식하는 방법 ④투자사-관계사 거래를 인식하는 방법 ⑤가치가 떨어진 관계사 투자금을 평가하는 방법 ⑥이런 회계기준을 투자사의 별도재무제표에 속한 종속회사 회계에도 적용하는 방안 등을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국내 업계가 보는 가장 큰 쟁점은 ④번 항목이다. 이 항목은 '유의적인 영향력'이 있을 정도로 관계사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경영 실적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다루고 있다.

기업(투자사)은 관계사에 투자하고 지분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거래로 관계사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면 투자사에 유의적인 영향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이러한 관계인 투자사와 관계사가 거래해 관계사에 이익 및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는 관계사는 물론이고 투자사의 회계에도 반영된다. 관계사에서 크게 적자가 났다면, 투자사도 회계상 손실이 불어날 수 있는 것이다.

현행 회계 기준은 이런 관계사 손익에서 투자사가 보유한 지분율만큼 제외하고 나머지만 반영하도록 해왔으나, 개정안은 이러한 보정 없이 전액 투자사 회계에 반영하도록 바꾼다. 예를 들어 A 관계사와 이 회사 지분 20%를 보유한 B 투자사가 거래해 A가 100억원의 손실을 봤다면, 지금은 100억원에서 20%를 뺀 나머지만 B에 책정되지만 개정안대로면 100억원 전체를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KASB는 "투자사와 관계사에 동일한 지분법을 적용하는 상태에서 지분율과 상관 없이 관계사 손익을 그대로 투자사에 반영한다면 회계상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한국의 업계와 학계 등에서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투자사와 관계사에 다른 지분법을 적용한다면 이는 'IAS의 큰 틀은 바뀌지 않는다'는 개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관계사 지분 20% 이상 보유한 채로 추가 지분매입 때마다 공정가치 평가를 다시 해야 하는 문제 ▲관계사에서 발생한 손실이 투자금보다 많을 때 유상증자를 한 경우, 손실금만큼 유증에서 제외하는 내용 등이 이번 IAS 개정안의 보완 지점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쟁점들은 IAS를 따르는 여러 국가에서 우려하는 대목이라고 한다. KASB 관계자는 "IAS 개정을 두고 지난해 10월 한국, 중국, 일본의 회계기준제정기구가 모여 진행한 회의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IASB는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회계 관련 기관으로부터 개정안에 대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최종 개정안을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