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자 구상'에 이스라엘만 "환영"…"스페인 등 이주 받아줘야"

트럼프 '가자 장악' 구상 밝혀…"미군 배치 필요 없어"

전세계 비판 가운데 이스라엘만 "대담한 제안 환영"

'강제 이주' 논란에 중동 반발…'나크바' 재현 우려도

지난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take over)할 것"이라는 충격 발표를 하며 전 세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스라엘 측은 "대담한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히는 등 이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자신의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전쟁이 끝난 후 이스라엘이 미국에 가자지구를 넘기는 방식으로 계획이 이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자신의 가자지구 재건 구상에 관해 "전투가 종료된 후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에 의해 미국으로 넘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미 지역 내 더 안전하고 아름다운 새로운 현대적 커뮤니티로 재정착하게 될 것"이라며 "미군 병력은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중동의 리비에라'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후 전 세계적인 비판이 쏟아진 지 하루 만에,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군에 가자지구 주민의 자발적 이주 계획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또한 카츠 장관은 "가자 주민들은 떠나고 이주할 자유를 가져야 한다"며 지난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스페인,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이 "자국 영토에 가자 주민이 이주하는 것을 허용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동 국가들은 이에 따른 지역 혼란과 분쟁 확대를 우려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강한 반발을 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각 거부했으며,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백악관 방문을 앞두고 "팔레스타인인들의 강제 이주나 영토 합병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가자지구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집트도 가자 주민의 이주 계획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가자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집트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로부터 강제 이주시키는 어떠한 제안에도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호주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중국과 러시아 또한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다.

팔레스타인 강제 이주는 중동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다. 1949년 제네바협약에 따르면, 군사 점령하에서 주민을 강제 이주시킬 경우 이는 전쟁 범죄로 간주된다.

로이터통신은 팔레스타인인 주민들 또한 이번 구상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건국 전쟁 당시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던 '나크바(대재앙)'가 반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아랍 국가들과의 전쟁이 발생했고, 그 결과 약 7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을 떠나 난민으로 전락했다. 나크바(Nakba)는 아랍어로 '대재앙'을 의미한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시티에 살고 있는 압델 가니는 로이터에 "우리는 땅을 팔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우리를 돕고 싶다면 여기에 우리의 집을 재건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