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공천개입 드러날까… 검찰 "김영선과 11차례 연락, 통신 내역 확인"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게이트' 수사 재개

검찰이 지난해 22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와 김영선 당시 의원(창원시 의창구)이 최소 11차례 이상 통화(4회)와 문자(7회)를 한 사실을 통신 내역으로 확인했다.

뉴스타파는 19일 창원지방검찰청의 수사보고서를 입수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의 제목은 '피의자 명태균의 제22대 총선 공천 개입 정황 확인'이라고 돼 있지만, 사실상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으며, 분량은 총 12쪽이다.

특히 피의자 김영선과 김건희 여사 사이의 통신내역 조회를 공개하면서 지난 2024년 2월 18일부터 3월 1일까지 사이에 김건희 여사와 총 11회의 통화와 문자를 주고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또 김영선 전 의원과 김건희 여사 사이의 4회에 걸친 통화는 모두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에게 발신한 것으로, 2024년 2월 18일 17시 2분경 6초 및 11분 9초, 같은 날 20시 24분경 1분 38초, 2024년 2월 20일 15시 4분경 13분 2초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지난해 9월 5일 뉴스토마토는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공천을 받지 못했는데 무슨 공천 개입이냐"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또 당사자인 김영선 전 의원은 "공천과 관련해 김 여사와 연락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보고서는 위 대통령실의 해명과 김 전 의원의 말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창원지검이 지난해 11월 10일 작성한 '피의자 명태균의 제22대 총선 공천 개입 정황 확인'이라는 수사보고서에서는 22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인 2024년 2월에 명태균과 김건희 여사 사이에 김영선 공천관 관련한 대화를 나눈 텔레그램이 담겨 있다. 명 씨는 이날 김건희 여사에게 "여사님 말씀대로 김해갑 경선에도 참여하겠다고 기사를 낸다"고 말했는데, 검찰이 확인한 결과 2024년 2월 18일 뉴스경남을 통해 김영선 의원 김해갑 출마 선언 속보 기사가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역시 이 기사를 찾아 보고서에 첨부했다.

뉴스타파는 이어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명태균이 빨리 기사를 내면 좋겠다고 말해서 명 씨 음성 통화 내용을 기반으로 썼다'면서 청탁 기사였다고 시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상은 명 씨가 기사 내용까지 직접 적어서 준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명 씨는 김 여사와 텔레그램으로 대화한 뒤 강혜경 씨와 통화했는데, 이 통화에서 명 씨는 '김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이 창원 의창구에서 컷오프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줬고, 출마자를 바꾼다는 언론 보도까지 김 여사가 뒤에서 코치한 사실'을 강 씨에게 전했다.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2024년 2월 18일부터 3월 1일까지 12일 동안, 김건희-김영선 두 사람이 전화로 4번, 문자로 7번 등 총 11회에 걸쳐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있다.

통화 4번은 모두 김 여사가 먼저 전화를 걸었는데, 발신 기지국 위치정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 빌딩, 통신사는 SK텔레콤으로 확인됐다.
위 내용을 시간 순으로 보면 명태균 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김영선 의원에게 제가 경선하란 말을 못 하겠다"면서 직접 김 의원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요청한 게 지난해 2월 18일 오후 3시 30분경이다. 이 발언이 있고 약 1시간 30분 뒤인 오후 5시 2분경 김 여사가 두 번에 걸쳐 총 11분 가량 김영선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또 같은 날 저녁 8시 24분에도 김 여사와 김영선 의원은 1분 38초간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보고서의 결론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검찰은 수사보고서 '결론'에서 "위와 같은 피의자 김영선의 김해갑 출마 선언 경위, 피의자 명태균과 김건희 여사 사이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 피의자 명태균과 피의자 강혜정 사이 통화 녹음파일 내용, 피의자 김영선의 김해갑 출마 선언 보도, 피의자 김영선과 김건의 여사 사이 통신내역 등에 의하면, "피의자 명태균은 2024년 4월에 실시된 제22대 총선에 대해서도 김건희 여사를 통하여 김영선의 창원시 의창구 공천 개입을 시도하였으나 여의치 않아 컷오프가 예상되자, 김건희 여사의 조언 또는 상의한 내용에 따라 피의자 김영선의 경선 참여 지역구를 김해갑으로 옮겨 급하게 이를 언론에 발표하고, 그 발표기사를 다시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하여 김해갑 공천에도 개입을 시도하려고 한 정황이 확인됨"이라고 적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민간인 명태균은 공천에 개입했으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실제 공천 개입은 김건희 여사의 행위였고, 텔레그램 대화와 통화 내역이 증거로 남아있다"고 뉴스타파는 분석했다.

다만 이들이 김영선 공천에 실패했던 이유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게 이 매체의 분석이다. 실제 김 여사의 문자에 한 위원장이 답장을 하지 않아, 둘 사이의 갈등이 증폭됐다는 게 이후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돌아보면 김 여사와 한 위원장 간 갈등의 기폭제가 됐던 게 '김영선 공천'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창원지검은 지난 17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명태균 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한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이미 검찰이 김건희와 윤 대통령 부부의 카카오톡 및 텔레그램 대화 280개를 정리한 수사보고서(11월 4일자)와 2022년 6월 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날인 5월 9일에 명태균이 윤석열, 김건희, 이준석과 대화를 한 사실을 파악한 수사보고서(11월 9일자)를 공개한 바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검찰은 이미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은 강혜정 씨를 통해 '명태균 씨의 PC'를 확보해 포렌식을 마쳤고, 명태균 '황금폰'까지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소환 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더구나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강혜경 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하기까지 했다.

결국 수사를 축소하거나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덮으려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서울중앙지검도 등떠밀린 모양새이긴 하지만, '명태균 게이트' 수사를 재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헌재의 탄핵심판이 마무리 절차를 향해 가면서, 탄핵심판이 인용될 경우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역시 급물살을 탈거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