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증권사의 랩·신탁 위반행위에 289억7200만원 과태료 부과
8개 증권사 '기관경고' SK증권 '기관주의' 등 제재
투자자 손실 보존 위해 증권사가 손실 부담하는 '업계 관행'이란 볼 멘 소리도 나와
◆…금융위원회는 9개 증권사의 랩·신탁 법규위반에 대해 제재초치를 결정했다. [사진=금융위원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증권, 교보증권, 유안타증권, SK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9개 증권사가 랩·신탁 운영과정에서 법규위반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등 징계조치를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제3차 정례회의에서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신탁 운용 관련 위법사항, 즉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기관제재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9개 증권사 가운데 SK증권을 제외한 8개 증권사에는 '기관경고', SK증권은 '기관주의' 조치가 내려졌고, 이들 9개 증권사에 대해서는 총 289억7200만원의 과태료도 부과됐다. 다만, 교보증권은 사모펀드 신규 설정 관련 '업무 일부정지 1개월' 조치가 내려졌다.
금융위는 이번 랩‧신탁 관련 제재는 채권, CP의 불법 자전‧연계거래를 통해 고객재산 간 손익을 이전하거나 증권사 고유재산으로 고객의 손실을 보전하는 행위에 대한 조치로 이러한 행위는 건전한 자본시장 거래질서와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훼손하는 중대 위규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2022년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 등 당시 시장 상황의 특수성, 증권업계의 시장 안정화 기여도 및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재발방지 노력, 과태료 부과 규모 등을 감안했으며, 금융감독원 검사 이전에 관련 법규 등에 따라 실시한 자체 내부검사, 손실 고객에 대한 사적와해 등 선제적 사후수습 노력을 함께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금융위는 위법행위의 근절을 위해 관련 임직원들의 준법의식 확립, 리스크‧준법‧감사 등 관리부서에 의한 감시와 견제가 강화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회사의 전사적인 내부통제 제고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향후 동일 또는 유사 위법‧부당행위가 재발할 경우, 심의시 가중 요인으로 보아 엄정 제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객의 자금을 대신 운용해 주는 랩·신탁 상품은 일반펀드와 달리 운용 종목과 금액에 대한 규정이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증권사들은 채권이나 CP 등 운용자산이 금리변동 등에 따라 손실이 날 경우, 이 운용자산을 다른 증권사와 팔고 사는 등 소위 돌려막기를 통해 고객에게 손실을 숨기는 사례가 많았다.
금융위는 이러한 증권사들의 행위가, 결국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훼손하고 더 나아가 증권사들의 자산 건전성 유지에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규제해왔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투자환경 변화로 인해 발생한 고객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증권사가 손실 부담을 떠안는 불가피한 업계 관행이라면서, 이번 조치에 대해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