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참여정부 '핵심 프로젝트'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하 행복도시). 정부는 이미 확정된 로드맵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50만명 규모의 도시를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충남 공주·연기에 세워질 예정인 행복도시에는 재경ㆍ교육ㆍ문화관광ㆍ과기ㆍ농림ㆍ산자부 등 12개 부와 예산처ㆍ법제처 등 4개 처, 국세청 등 2개 청이 이전할 예정. 특히 재경부 이전에 따라 산하기관인 국세심판원도 행복도시로 둥지를 옮기게 된다.
그러나 국세청 통계연보에 나타난 통계수치만 놓고 볼 때 대표적인 납세자 권리구제 기관인 심판원의 행복도시 이전의 '설득력'은 떨어진다(?).
어떤 통계수치 때문일까.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05년 과오납에 의한 국세환급금(발생액)은 총 1조8510억7700만원. 이 가운데 직권경정(신고오류에 대한 관할세무서 수정분)에 의한 환급액은 4293억1700만원이었고 납세자의 '판단미스'에 따른 착오·이중납부 환급액은 5023억5900만원이었다.
나머지 9194억100만원이 바로 '불복'에 따른 환급금이었다. 전체 환급액의 절반 가까이가 심판원 등에 제기한 과세불복청구 결정에 따라 납세자에게 되돌아간 것.
불복에 따른 환급액이 많다고 해서 심판원이 행복도시로 옮겨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불복 환급액이 어느 지역에서 많이 발생했는지 뜯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세청 집계에 따르면 9194억100만원의 불복 환급액 중 91.86%인 8445억3400만원이 서울지역에서 비롯됐다. 행복도시 인근인 충남과 대전지역에서 발생한 불복 환급액은 32억1500만원에 불과했다(대전 15억5500만원, 충남 16억6000만원).
서울지역에서 불복 환급액이 많이 발생되는 이유는 과세불복을 제기하는 (정확한 통계치가 없지만)청구인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복단골'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들의 수만 13만개가 넘고, 전 국민의 1/4이 집중, 세금의 원천인 경제적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 그만큼 과세와 관련한 다툼의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심판원 입지선정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 '납세자 접근성'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심판원 청사가 이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됐던 부분이 바로 접근의 용이함이었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세금다툼이기 때문에 중재자 역할인 심판원에는 '(납세자-관청간)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심판원이 비정기적으로 '지역순회 심판제도'를 운영한 이유도 의사소통상 납세자의 불편함을 줄여주기 위한 방편이었다.
행복도시를 만든다 해도 단기적으로 '거대도시' 서울의 인구와 기업들이 대거 빠져나간다고 볼 수는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심판원을 잠재적인 '과세불복자'들이 많은 서울이 아닌 충남지역으로 이전시킨다면, 납세자들에게 또 다른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결과가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