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개헌 제안 침묵'-정치권·언론·지식인에 일갈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이 지난 2005년 대연정 제안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노 대통령은 사회적 공론화를 이끌어 성사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지만 정치권과 언론은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자칫 빛도 보기 전에 사장될 위치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 의식 속에 청와대는 개헌안이 진척 없이 거북이 걸음을 걷고 있는 이유로 '정치권·언론·지식인의 침묵의 동맹'을 꼽았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8일 노무현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제안과 관련 "대한민국엔 지금 거대한 '침묵의 동맹'이 형성돼 있다. 그 대상은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고 이 동맹에는 언론, 야당, 지식인이 함께 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는 또 이들 세 집단을 두고 "하나의 사안에 대해 좌에서 우까지 이렇게 목소리를 일치시킨 경우는 근래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변화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청와대는 우선 정치권 중에 제1야당인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이)'정략적'이라는 꼬리표를 자신 있게 달고 있지만 논거는 빈약하다"며 "근거 없는 정치 공학적 상상력은 '탄핵도 정략'이라는 일부 정치인의 정신구조와 닮아 있다. 한나라당이 제기하면 정략이 아니고 대통령이 제기하면 정략이냐"며 비난했다.
이어 청와대는 "야당이 반대한다고 개헌제안을 묵살하는 행위는 의회정치와 3권 분립을 부정하는 발상"이라며 "야당이 찬성하는 것만 하라고 하면 대통령과 행정부, 국회는 무슨 필요가 있냐"며 정치권의 변화를 요구했다.
청와대는 언론에 대한 책임도 물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개헌제안 직후 나온 여론조사를 들어 '여론이 반대한다'고 하는데, 이 역시 말이 안 된다"며 "지금까지 책임 있는 정치세력 사이에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이 재출마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20%가 넘는다. 개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한 다음에야 정확한 여론을 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아직도 희망이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네티즌'을 꼽았다.
청와대는 "신년연설과 작년 말 민주평통 연설 메시지를 일부 보수언론이 훼손했다"면서 "그러자 네티즌들이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를 강하게 성토했다. 네티즌들이 왜곡보도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며 네티즌들을 치켜세웠다.
또한 청와대는 "공론의 균형을 잡아줘야 할 언론과 지식인이 입을 닫자 네티즌들이 직접 나선 것"이라며 이들을 "지식정보화 사회의 현명한 대중"이라고 칭했다.
청와대는 이어 "이렇게 언론과 지식인, 정치권이 시대적 공론화의 소임을 방기하는 사이 '현명한 대중'에 의해 사회적 의제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지성과 국민의 괴리가 생긴다. 그것이 지성의 위기다. 역사는 늘 말해야 할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일어나 소리쳤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