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관련 공무원 중징계(파면), 검찰 고발"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부동산 투기를 일삼은 공직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사업용 토지 매입, 위장전입 등 부정한 방법으로 부동산 투기에 가담하는 등 '모럴 헤저드'의 전형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특히 정부가 일반 국민들 중 부동산 투기자를 사실상 '범죄자' 취급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공직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유유히 거액의 투기차익을 챙겨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고 있다.
감사원은 9일 건설교통부와 고양시 등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주택공급제도 및 토지거래허가 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부정을 저지른 공직자 61명을 무더기로 적발해 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부정을 저지른 공직자들을 중징계(파면)토록 요청하는 한편 검찰 고발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감사가 건교부와 고양시 등 12개 기관만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감사였다는 점에서 드러나지 않은 부정은 더욱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 부하직원 휴가 틈타 '공작'…4억 꿀꺽한 안산시 6급 =감사원에 따르면 안산시 개발행위허가 담당계장인 6급 공무원 A씨는 지난 2004년 10월 개발행위허가가 제한된 대부도 임야 8546㎡를 매입한 후 당초 농로포장사업계획에는 없던 이 임야 진입도로(290m)를 부하 직원에게 주민숙원사업인 것처럼 농로포장사업에 포함시키도록 지시했다.
이후 시 예산 3400만원을 들여 포장해 가치를 높인 다음 임야의 직전 소유자(2명) 명의로 2건의 소매점 건축허가를 받아 4필지로 분할한 후 그 중 건축허가를 받은 2필지를 매각해 8200여만원의 매매차익을 챙겼다.
A씨는 이듬해 나머지 2필지도 필지 분할이 불법이라고 만류하던 부하직원이 휴가를 간 틈을 타 자신이 직접 둘 이상의 용도지역에 걸친 경우의 토지분할인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분할허가안을 작성·결재를 받아 5필지를 부당 분할, 4억3000여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기는 대담함을 선보였다.
□ "사업한다", 알고 보니 '부동산 투기'사업=한 국책연구원 차장(3급) B씨는 화성시 소재 임야 4082㎡를 자동차 부품 생산공장을 신축·운영할 것처럼 토지거래계약 허가신청서를 꾸며 허가를 받아 부당 취득했다.
B씨는 이 임야를 공장부지로 개발, 토지가치를 한껏 높인뒤 팔아 치워 15억4000여만원의 매매차익을 '꿀꺽' 삼켰다.
정부부처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C서기관의 경우 실제로는 서울시 송파구에 살면서도 농지 소재지인 고양시 일산구로 위장 전입하는 방법으로 농지 1048㎡를 부당취득했다. 이 농지는 한국국제종합전시장(KINTEX) 사업부지에 편입, 시세가 급등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고양시 등 9개 시·군을 표본선정,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공직자의 농지 및 사업용 토지 취득 실태를 점검한 결과 61명이 위장전입 또는 사업용 토지 매입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아 토지 106필지 10만6182㎡를 부당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