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력을 갖춘 감정기관이 평가한 토지의 감정가액이 증여세 회피 목적으로 사용된 경우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국세청의 결정이 나왔다.
18일 국세청에 따르면 납세자 A씨는 아버지로부터 서울 종로구 소재 토지 860평과 이 토지 위에 있는 7층 건물 2140평 등을 증여 받았다.
A씨는 이를 증여 받은 뒤 은행대출금 담보설정을 위해 2개의 감정기관이 공시지가의 85%수준으로 감정한 금액을 증여가액으로 삼아 증여세 37억원을 신고·납부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서울지방국세청이 A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토지(860평)의 감정가액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개별공시지가보다 낮게 감정된 사실을 발견했다.
국세청은 증여 당시 시가가 적정하지 못했다는 사유를 달아 A씨의 증여세 신고를 부인하고 개별공시지가를 적용해 증여세 23억원을 추가로 과세하겠다는 내용의 세무조사 결과통지를 보냈다.
이에 A씨는 국세청 과세통지에 대해 과세전적부심사를 요청했으나 이 마저도 외면당했다.
국세청은 "현행 법상 시가산정이 어려운 토지의 경우 증여일 전후 3월 이내에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가액을 시가로 볼 수 있으나 상속세와 증여세 납부목적에 적합하지 않는 감정가액은 시가로 인정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A씨가 증여 받은 토지는 전체가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일반상업지역으로써 이 토지보다 여건이 좋지 않은 인근 주거지역의 토지보다 오히려 낮게 평가되는 등 감정가액이 객관적이고 합리적 방법으로 평가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어 "A씨가 대출받은 금액(20억원)은 담보부동산인 증여토지 추정시가(170억원)의 30%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근저당 설정도 안되어 있어 감정평가 없이 대출이 가능했다"며 "그러나 별도의 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감정평가를 받는 등 대출목적이 아닌 증여세 축소 목적이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