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는 말년 아닌 제 2의 인생..성실ㆍ건강한 생활 태도 중요
노후생활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가 추구하는 행복한 노후란 어떤 것일까.
대한은퇴자협회가 50대 이상 남녀 231명을 대상으로 2006년 1월 초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나이가 들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건강관리를 꼽았다.
돈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22%, 그 다음은 여가시간 관리(10%), 행복한 부부관계(7%).
한 달 용돈은 20-30만원이 36%로 가장 많았고 30-50만원은 28%, 50만원 이상은 27%, 10만원 이하도 10%에 달했다.
여생 동안 꼭 해보고 싶은 일은 세계여행(36%), 자원봉사 등 사회 참여(28%), 재취업(13%), 유산 기부(7%), 마라톤ㆍ산악등정ㆍ스포츠(7%) 등의 순이었다.
◇ 노후자금 마련은 노테크의 일부일 뿐
노테크 하면 노후생활 자금 마련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노후문제 전문가들은 노후를 대비하는 데 `돈'이 전부가 될 수 없으며 노후자금 마련은 노테크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한다.
풍요로운 노후를 위해서는 돈도 중요하지만 돈 자체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며 돈에 대한 강박관념때문에 개인연금을 몇 개씩 가입하고 현재 생활에서 아무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본말이 전도된 생활이라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노후를 담보로 현재의 즐거운 삶을 지나치게 희생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평소 일상생활에서 작지만 소박한 행복을 소중히 여기며 즐겁게 보내는 사람들이 노후도 행복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부터 자기 인생을 즐기는 생활을 하지 못한 사람은 은퇴 이후에도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괴로운 노년을 보내기 쉽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지나친 노후자금 준비때문에 현재의 인생을 배고프게 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합리적인 노후자금 마련의 노하우로 `10% 절약 룰'을 제시했다.
젊었을 때부터 월급의 10%를 무조건 저축하는 것은 물론 물건을 사거나 점심 식사를 위해 지갑을 열 때마다 10%를 아낀다는 생각을 평소에 생활화하면 노후자금 마련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 노후는 여분의 삶 아닌 제 2의 인생
노후생활은 시간은 많이 남지만 할 일은 없고 시간이 갈수록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죽음이 다가온다는 게 특징. 이제 노후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노후 준비를 소홀히 하면 여유있고 풍요로워야 할 인생의 황혼기가 고통스러운 시기가 될 수도 있다.
노후는 여분의 삶이 아니라 제 2의 인생, 인생 후반전, 인생의 2막이라는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마흔 살부터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 일곱 가지'를 쓴 김동선 씨는 "노년기는 평생 살아온 역사가 누적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경제적 능력, 건강, 인간관계에서 개인차가 가장 많이 벌어진다"면서 "젊었을 때부터 자기관리를 잘 한 사람들은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고 풍족한 생활을 즐기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노년은 질병, 가난, 고독의 삼고(三苦)에 시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인생은 전반전보다 오히려 은퇴 후의 후반전이 더 중요하다.
전반전은 태어날 때 주어진 조건에 좌우되지만 후반전은 바로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건강ㆍ돈ㆍ일(직업)ㆍ취미ㆍ가족(친구)을 `노후준비의 5대 필수요소'로 꼽는다.
구체적으로 삶의 밑천인 건강에 젊어서부터 미리 투자해 건강을 다지고, 노후에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직업이나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노후에 궁색하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마련하고 다양한 취미, 여가 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자기계발에 힘써야 하며 노년에 인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과 친구가 있어야 한다.
◇ "여생을 어떻게 살 것이냐"
자녀ㆍ배우자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지나치게 자녀에게 노년을 의지하거나 부모가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 보다는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식으로 자녀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자녀에 대한 상속보다 노후의 경제적 독립이 더 중요하다.
이와 함께 배우자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고서는 행복한 노후를 유지할 수 없다.
늙어가는 것, 다시 말해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언젠가는 생을 마치게 되는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이 다 갖추어졌다고 해서 `행복한 노후'가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노후를, 여생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의 삶의 가치관과 이를 실현해 나가기 위한 적극적이고 성실한 생활태도가 뒷받침돼야만 행복한 노후가 열린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런 점에서 진정한 노테크란 단순하게 노후자금을 어떻게 빨리 마련하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노후를 보내는 데 필요한 생활철학의 정립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후에는 남아도는 시간, 다시 말해 여가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의외로 중요한 문제다.
퇴직 전에는 회사 동료들과 술 한 잔 할 수도 있지만 은퇴 후 집에만 있으면 부인이 귀찮아 하는 존재가 되기 쉽다.
노년에 아무 일 없이 시간을 때우는 생활이 계속된다면 견디기 힘든 노후가 될 수밖에 없다.
노후생활에서 자원봉사나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풍족하게 살려는 욕심을 버려라"
주명룡 회장은 "우선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이냐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런 다음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 등을 활용해 삶의 만족감과 성취감도 느끼면서 사회에 족적이나 유산을 남기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후생활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계획하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은퇴 이후를 인생 후반전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노후가 그동안 시간이 없어 미뤄왔거나 어려서부터 바라던 일을 추구하고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보람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노년을 인생의 내리막길이나 `폐경기'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노후생활이 궁핍하고 고독하고 무미건조한 말년이 되기 마련이다.
`자신있게 나이드는 법'을 쓴 미국의 은퇴 전문가 메리 헬렌 스미스ㆍ셔포드 스미스는 행복한 노후에 대해 "재산, 주거환경은 행복의 보조적 조건일 뿐이며 풍족하게 살려는 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고 바람직한 삶에 대한 깨달음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