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병폐라는 오명을 온통 뒤집어 쓴 채 몇 발자국 물러나 있기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행성 게임(바다이야기 뿐만이 아닙니다)과 관련한 논란이 지금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사행성 게임장들의 무더기 '조세저항(?)'입니다. 사행성 게임장들은 사회적 관심 속에 최근 1, 2년 사이 국세청으로부터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거액의 세금을 추징 당한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사행성 게임장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세금추징은 단순한 '탈세'라기보다는 '세법논리 해석의 차이(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한 마디로 치열한 논리대결 양상을 띠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 게임장 사업자들이 세무조사 이후 무더기로 국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한 것(혹은 국세청 심사청구)은 어찌 보면 이 같은 명확한 '관점의 차이'가 낳은 부산물인 셈이지요.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같은 곳을 바라보기에는 너무 먼 당신(과세관청, 게임장 업주)들…" =과세당국인 국세청과 게임장 업주들이 격돌한 것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설정'과 관련한 문제였습니다.
게임장 업주들이 본 자신들의 부가세 과세표준은 이용객들이 게임기에 투입한 금액 중 상품권 수수료(상품권 액수의 10%, 배당률 차액)였지만 국세청이 판단한 과세표준은 게임장 총매출액의 일정률(10%)이었습니다.
이는 (수치적 제시는 생략하겠습니다)엄청난 차이입니다. 세금의 액수가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게임장 업주들은 "게임기는 사행성 원리가 개입되어 있어 이용자가 게임기에 투입한 금액은 시설물 이용대가가 아닌 일종의 예치금으로 봐야 한다"며 게임기 투입금액 전부를 과세표준으로 삼은 국세청의 판단에 반발했습니다.
게임장 업주들의 반발에 대해 심판원의 결정은 냉담했습니다.
심판원은 최근 17개 게임장이 제기한 이 같은 내용의 과세불복에 대해 잇따라 기각결정을 내렸습니다. "게임기는 오락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이용자가 게임기에 현금을 투입해 일정 시간 동안 오락을 즐기기 위해 사용대가를 미리 지급한 것이다. 이용자는 게임조건이 충족할 경우에만 상품권을 지급받기 때문에 과세표준은 게임기 이용대가인 투입총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심판원 기각결정의 요지였습니다.
□ 사행성 게임장, 여진(餘震)은 계속된다 =사실 게임장 업주들의 주장은 정부 부처내에서는 도저히 풀릴 수 없는 문제에 속합니다. 국세청도 국세청이지만 세제당국인 재경부에서도 (국세청과 같은)입장을 정리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지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바다이야기 파문이 일어나기 전, 한 사행성 게임기 제조업체가 재경부 세제실에 '과세표준' 문제와 관련한 해석을 의뢰했다가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지요.
그러나 사행성 게임장들의 조세저항은 현재진행형을 넘어 미래진행형에 속합니다. 지금까지 심판원에서 기각결정을 내린 사건만 17건에 달하고 현재도 같은 사안의 불복청구가 수 십여건이나 계류 중이고 또 접수되고 있는 것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미 정부 부처내에서 (게임장 업주들에게)'승산'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불복청구가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게임장 업주들이 '(법원)소송'을 통하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현행 법상 심판원에 심판청구나 국세청 심사청구 등을 거치지 않으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에 심판청구(혹은 심사청구)가 줄을 잇고 있다는 설명인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게임장 업주들의 조세저항이 잠잠해 지려면 행정법원, 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동안에는 바다이야기에서 비롯된 사행성 게임장 파문이 여진(餘震)처럼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