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공무원 퇴직금의 절반 이내에서 대출해주는 공무원 우대대출 금리를 큰 폭 인하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요구 때문이다.
공단측은 공무원의 퇴직금으로 충분한 신용보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공무원 우대대출 금리를 담보대출 수준으로 낮춰 달라는 입장이지만 은행측은 일반고객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담보대출로 인정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달 23일부터 탑스(Tops)공무원우대론의 가산금리를 종전 1.20~1.50%에서 0.90~1.20%로 0.30%포인트 인하했다.
11일 현재 공무원우대론의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5.02%에 가산금리를 더한 5.92~6.22%가 적용되고 있다.
조건부 신용대출인 공무원우대론의 최고금리가 신한은행의 이번주 주택담보대출 금리 6.02~7.12%에 비해 무려 0.90%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신한은행이 공무원우대론 금리를 낮춘 것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금리인하 요구와 신용대출 확대 전략이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공무원의 퇴직금으로 충분한 신용보강이 이뤄진 공무원대출의 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은 뒤 시중은행들에게 공무원대출 금리를 가계대출 평균금리 이하로 낮춰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우대론 등 공무원 우대대출은 `공무원이 퇴직 시 대출금 미상환액이 있는 경우 퇴직금 수령 계좌를 대출금융기관 계좌로 지정해야 하며 퇴직연금을 신청한 경우 대출금이 전액 상환될 때까지 퇴직연금 수령 계좌를 변경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융자추천서를 받고 있어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다.
대출한도는 퇴직금의 절반 이내에서 최고 5천만원까지 가능하다.
농협도 지난달부터 9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한 예정이던 공무원 가계자금대출 가산금리 0.20%포인트 인하조치를 9월 이후로 연장할 방침이다.
CD 금리에 가산금리 1.00~1.30%를 더한 대출금리는 6.02~6.32%로 이번주 주택대출 금리 5.82~7.02%에 비해 최고금리가 0.70%포인트나 낮다.
현재 가산금리 1.20~1.70%를 적용하고 있는 우리은행도 조만간 공무원용 청백리우대대출 금리를 가계대출 평균 수준으로 인하할 방침이며 국민은행도 6~7월 전산 개발이 완료되면 1.20~1.50% 수준인 KB공무원우대대출의 가산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다.
3월말 현재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금리가 6.32%를 기록하고 있어 11일 현재 6.52~6.72% 수준인 최고금리를 대폭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은행들은 공무원 우대대출을 담보대출로 인정해 달라는 공단측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다.
100만명에 육박하는 공무원들을 우량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지만 규정에 어긋나는 담보대출 인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건부 신용대출인 공무원 우대대출의 금리가 담보대출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단측은 공무원들이 우대대출을 받으면서 퇴직 시 퇴직금을 대출은행에 이체한다는 계약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담보대출 성격에 가깝다는 입장이지만 담보를 질권 설정하거나 채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담보대출로 보는 것은 무리"라며 "앞으로도 신용도가 우수한 신용대출로 취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