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과세정상화 과정일 뿐…이제라도 제대로 세금내야"
지난 95년 퇴직금을 보태 서울 강남에 다가구주택을 지어 10개 남짓의 방을 임대한 뒤 월세를 받아 생활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세금문제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세무서에서 보낸 '2주택이상 주택임대사업자 성실신고 안내문'을 받아들 때만 해도 A씨는 그저 "2006년 소득에 대해 신고하고 세금을 내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전부.
그러나 평소 알고 지내던 세무사와 신고방법 등을 상담한 후부터 눈앞이 캄캄해 졌다. "지금까지 6억원이 넘는 고가주택(2002년 이전에는 고급주택)을 갖고도 월세에 대한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면, 과거 7년치 소득에 대해 세금이 추징될 수 있다"는 세무사의 설명 때문.
이 세무사는 이어 "지금이라도 다가구주택에 대해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으면, 오는 12월 종합부동산세 면제가 안 돼 부담이 클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금이라도 빨리 신고를 하자니 한꺼번에 부과될 소득세 부담이 걱정이고, 그렇다고 앞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올 종합부동산세와 장기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을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신고를 해야 했다. 그러나 결국 A씨는 눈앞의 부담 때문에 신고를 하지 못했다.
국세청이 올해부터 지난해초 바뀐 세법에 따라 2주택 이상 주택을 소유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원관리를 강화하면서 A씨처럼 다가구주택을 지어 월세를 놓았지만, 지금까지 세금을 내는 줄 몰랐던 수많은 다가구주택 소유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현행 세법에서는 1주택까지는 월세를 받고 임대하더라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임대주택이 2주택 이상이거나 주택하나의 기준시가가 6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에 대해선 1채를 임대하더라도 소득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조세전문가들에 따르면 다가구주택을 소유한 사람들 중에는 2주택 보유자들이 특히 많으며, 지난 외환위기 이후 이들은 전세가 아닌 월세형태로 대부분 집을 임대하고 있다. 이 집들은 3층 이하이지만 방이 많아 대부분 기준시가가 6억원이 넘는다. 소득세 과세대상자들이다.
지난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 동안 이들 2주택자들은 올해 처음 국세청으로부터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성실신고를 권장받고 난 뒤에야 월세임대가 소득세 납부대상임을 알았다.
이에 따라 이들은 "국세청 홍보부족으로 소득세 과세대상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과거에 비과세관행이 오래도록 지속된 만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과거의 소득은 불문에 붙이고, 앞으로의 소득만 과세하도록 국세청이 지침을 내놔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들은 지금까지 마땅히 세금을 냈어야 했고, 국세청이 비과세입장을 밝히지 않아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며 "최근 개정된 세법이어서 홍보부족도 이유가 안되는 만큼, 6억이 넘는 주택을 월세로 임대한 사업자는 무조건 세금을 내야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세청은 특히 "지금까지 다가구주택에 소유자가 주소지를 둘 경우 이 주택이 실제 임대가 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마땅히 없었다"며 "2주택 이상 임대사업자로의 세원관리강화는 과세정상화의 과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또 "앞으로 시행될 근로소득장려세제(EITC)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저소득층의 소득파악이 핵심과제"라며 "다가구주택 임대사업자들은 대부분 세금납부능력이 충분한 사람들이어서 이들의 소득파악은 선행돼야 할 문제"라고 못박았다.
조세전문가들 역시 "다가구주택의 월세임대와 관련해선 지금까지 납세자의 세법 이해부족과 과세관청의 홍보부족 그리고 세원관리 허점 등으로 그동안 과세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소득세법의 법규 내용이 너무 명백해서 국세청이 이를 뒤집어 과거소득을 불문에 붙이도록 지침을 마련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주택소유자들이 언제까지 과세위험부담을 안고 숨기기보다는 이제라도 자진해서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 다가구주택은 어떤 주택?
살고 있는 집을 헐고 대문하나에 여러 세대가 살 수 있는 3층 짜리 집을 지은 형태는 전국 어디를 가봐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이 주택을 집주인이 세대별 분양을 해서 세대원이 각자 구분해서 소유할 땐 이 집을 다세대주택(각자의 주택을 1주택으로 본다)으로 보지만, 집주인 1인이 소유권을 갖고 각 칸에 전·월세를 주었을 땐 다가구주택(전체를 1주택으로 본다)이라고 부른다.
과거에 있던 간주임대료제도가 없어졌기 때문에 현행 세법에서는 주택임대소득과 관련해 월세에만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2001년 이후에는 전세에 대한 소득세 부담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