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측, "어차피 대법원까지 생각하고 시작, 항소할 것"
결국 종합부동산세 부과처분 취소와 관련한 법정다툼 1라운드는 '이변(?)' 없이 마무리 됐다. 아직 2, 3라운드(고등법원, 대법원) 다툼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1라운드의 결과는 (상급심 판단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의미에서)상당한 의미를 가지기에 충분하다.
종부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민중기 부장판사)는 8일 오전 지난해 전정구 변호사가 지난해 "2005년 종부세 44만5000원을 취소해 달라"며 역삼세무서를 상대로 낸 종부세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을 기각시켰다.
재판부는 원고측이 제기한 종부세와 관련한 각종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측면이 아닌)법적인 측면에서도 종부세는 문제가 없는 세금이라는 것을 법원이 공식 인정한 셈이다.
지난해 강남 주민 85명이 종부세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제기한 위헌심판제청을 행정법원이 기각시킨 바 있지만 종부세 부과처분 취소를 구하는 '본안소송'이 법원에서 처음으로 패소했다는 것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 재판부, '종부세' 어떻게 보았나=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원고측이 제기한 과세부당성을 입증하는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재판부는 특히 "종부세는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땅 가격 안정을 도모해 경제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려고 부과되는 국세"라며 "지방세인 재산세와는 세목이 다른 만큼 이를 '재산세에 대한 중과세'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재산과는 달리 '차별과세'하고 있다는 원고측 주장에 대해서도 "토지는 공급이 제한돼 있고 지가 상승 및 투기현상 등이 현저하며 일반 국민적 의존도 또한 크므로 사회적 공공성이 강조돼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재산과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종부세의 '재산권 침해소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 세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땅을 보유하는 자의 담세력을 인정해 부과하는 일종의 '보유세'이며 도입 여부는 입법정책적으로 결정될 사안"이라며 "종부세를 보유세로 규정한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원고측이 종부세법에 대해 제기한 위헌심판제청 신청에 대해서도 각각 기각과 각하를 결정했다.
□ 이미 예고됐던 '결론(?)'-정부, "당연한 결과"=행정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재경부, 국세청 등 정부 부처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행정법원 판결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종부세 도입 및 강화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사항이었기 때문에 행정법원의 판결결과는 정부로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사안. 특히 행정법원 소송에 앞서 진행된 국세심판원의 심판청구에서도 일부 '개별사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각결정이 난 바 있다.
행정법원이 정반대의 결론을 내놨을 경우 정부의 부동산 정책방향, 나아가 (얼마 남지 않은)참여정부의 정체성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민감한 사안에 속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측면을 감안 이번 판결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고 법원입장에서 색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거라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법리싸움의 이면에 숨은 (종부세 정책의)'정치성'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풀이다.
□ 고법, 대법 상고‥'헌재'로 모아지는 눈길=행정법원의 판결이 났다고 해서 완전한 결론이 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등법원과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봐야 하기 때문이다.
원고측도 고등법원에 항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고측의 한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본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처음부터 상급심(대법원)까지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라고 항소할 뜻을 분명히 했다.
원고측의 항소와 함께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는 종부세와 관련한 헌법소원을 심의 중에 있다.
헌재가 종부세 자체를 '위헌'으로 결정을 내릴 경우 큰 범위에서는 종부세 제도를 도입한 참여정부의 정책방향 자체가 물거품이 되는 것과 동시에 작은 범위에서의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