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던 자본시장통합법 등 주요 경제.민생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금융 및 경제법안 등 심사소위원회는 14일 자본시장통합법과 대부업법, 휴면예금특별법, 특정금융거래보고법 등 주요 경제.민생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선 등 정치 일정에 따라 이번 임시국회가 올해 마지막 입법국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국회의 논의가 주목되고 있다.
◇ "자본시장통합법 통과 가능성 높아"
증권거래법과 선물거래법, 자산운용업법 등 자본시장 관련 7개 법률을 통합해 영업 구역 간 장벽을 허무는 자본시장통합법은 논란이 됐던 증권사의 소액결제서비스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에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통합법안은 2월과 4월 임시국회에서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을 두고 안정성 저해 우려가 제기됐으며 관계 기관간, 의원간 이견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협의를 통해 직접 참가 방식으로 증권사의 소액지급결제를 허용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오제세 의원은 12일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은행, 금감원과 협의해 간접 참가방식에서 직접 참가방식으로, 개인 위주의 소액결제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협의됐기 때문에 6월 국회에서 통과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석동 재경부 제1차관도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금융투자회사가 직접 소액결제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재경부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되면 금융투자회사의 영업모델이 선진화되고 경쟁과 혁신이 촉진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IB)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을 국내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여 국내 대형 투자은행을 육성해야 동북아금융허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 대부업 관련 법안 12개 논의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대부업과 관련, 재경위 금융소위는 의원이 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 7개와 휴면예금 특별법과 관련한 법안 5개 등을 논의한다.
정부는 대부업법상 연 최고이자율을 60%로 낮추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실행이자율을 50%대로 인하하겠다고 밝혔으나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대부업법 개정안은 30%(이혜훈 의원)와 40%(심상정 의원) 등 더 낮은 이자율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심상정 의원 발의안은 사실상 대부업자이지만 등록을 기피한 대부업자의 경우 이자율 제한을 더욱 엄격히 규정해 25%를 넘지 못하는 규정을 담았다.
또 이혜훈 의원과 정성호 의원, 김태년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불법적인 채권추심 행위의 금지 조항을 강화했다.
정부는 대부업법의 최고이자율 인하와 이달 말부터 이자제한법 시행에 따라 휴면예금 등 공적기금을 통한 금융소외계층 지원방안을 추진중으로 휴면예금특별법의 처리 여부도 관심거리다.
휴면예금과 관련한 법안으로는 '휴면예금의 처리 및 사회공헌기금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김현미 의원) '휴면계좌의 활용에 관한 특별법안'(홍문표 의원) '휴면예금 관리 및 재단 설립에 관한 법률안'(남경필 의원) '휴면계좌 이체에 관한 특별법안'(엄호성 의원) '은행법중개정법률안'(박성범 의원) 등이 있다.
휴면예금으로 공익재단을 설립해 무보증 소액대출 등에 지원하기 위한 휴면예금특별법은 2005년 8, 9월에 발의된 이후 2년 가까이 처리되지 못했으나 최근 대부업 문제로 의원들의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5일 경제부총리 주재로 관계기관이 참석한 대부업 정책협의회를 열고 6월 임시국회에서 휴면예금특별법이 마무리되는 대로 특별법 또는 민법에 의해 설립키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휴면예금 관리재단은 금융기관 상호간에 시효이익의 원용을 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통해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자율적인 결정이 빨리 갈 수 있으면 금융권이 자발적으로 앞서고 법이 뒤따라가는 형태로 추진해 시간상으로 지체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정부 추진 경제정책 걸림돌 해소되나
금융소위는 14일 국제기준에 맞는 자금세탁방지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특정금융거래보고법 개정안과 테러자금억제법 제정안 등 정부가 발의한 주요 법안들도 함께 논의한다.
이 법안들은 테러자금조달행위도 자금세탁행위와 함께 특정금융거래보고법의 적용대상으로 규정하고 카지노를 통한 자금세탁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카지노 사업자에게도 혐의거래보고와 고액현금거래보고 등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세계 금융정보분석기구의 협의체인 에그몽그룹은 1일 폐막한 총회에서 한국에 테러자금조달금지법 입법 등의 계획을 앞으로 1년 안에 이행하지 않으면 내년 총회에서 회원자격 정지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해 이 법안들의 제.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소위는 또 국가회계법 제정안과 금융중심지조성법 제정안, 경제자유구역지정법 개정안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
국가회계법은 국가의 자산.부채 증감과 수익.비용 등을 복식부기해 발생시점에 기록하도록 하는 것으로 국가의 자산부채 현황이 파악돼 국가 전체의 차원에서 재정운용이 가능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금융중심지조성법은 3년마다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을 세우고 재경부 내에 금융중심지추진위를 설치하는 등 추진체계를 법제화 하는 것으로 금융허브 조성을 위한 정부의 추진동력을 강화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지정법 개정안은 규제완화와 지원체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청의 전문성.자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전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외국인이 국내법인 형태로 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밖에 금융소위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신용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를 적정화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도 병합 심리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모두 의원입법 형태로 5개가 계류중이다.
한편 재경위에 상정된 사회보험통합징수법은 2월 재경위 차원에서 정책토론회와 공청회를 열었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에 재경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사회보험통합방안과 관련해 국세청이 직접 징수하는 방안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통합 징수하는 방안, 완전통합 방안 등 여러 의견이 제기됐으며 2009년 1월 출범 예정인 사회보험료 징수공단을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번 국회 통과가 필수적이다.
열린우리당 김진표 정책위의장도 12일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재경위의 세 가지 법안이 주요한 법안으로 얘기되고 있다"며 "자본시장통합법, 사회보험통합입법, 휴면예금법 등의 법안도 6월 국회에서 꼭 통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