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정부 주도 '국세공무원법'…반발에 밀려 무산 "이번에는‥(?)"
국세공무원 '봉급인상', 기타 공무원 반발 해소가 '관건'
'국세청법' 도입이 추진된다. 도입의 명분은 확실하지만 도입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논란거리가 한 두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찻잔 속의 태풍' 수준으로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지난 24일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 ▲국세공무원 보수체계 조정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는 국세청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5일에는 공청회를 열어 제도 도입과 관련한 여론의 동향을 점검했다.
그 동안 조세학계에서 국세청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다만 전면으로 '부상(浮上)' 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
엄 의원의 국세청법 도입의 근원을 뒤져보면 199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다.
안정남 국세청장 시절인 1999년 당시 '국세공무원법' 도입 논의가 있었다. 법의 명칭, 세부적 내용, 도입 주체 등 상이한 부분도 많지만 국세청의 특수성을 인정, 개별 법률을 통해 조직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 즉 '출발점'은 같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2007년의 국세청법은 사실상 1999년 국세공무원법의 '재림(再臨)'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 99년 '국세공무원법', 어떤 내용이었나=일단 엄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국세청법과의 차이점은 '명칭'. 1999년 안정남 청장 재임시 추진됐던 법안은 국세공무원법이었다. 국세청의 특수성을 인정, 국세청 공무원들만을 위한 법을 만든다는 것이 골자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국세공무원들을 '특정직(국세행정직)'으로 전환(재경부 세제실·심판원 6급이하 전원 포함)하고 채용 또한 행자부 장관이 아닌 국세청장이 주관, 5급 '국세행정고시'를 신설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보수체계도 기본급은 일반직 공무원과 동일하되 '국세행정수당'을 신설하고 세수증대포상금을 추가로 지급토록 개정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사실상의 국세공무원들의 '보수인상'을 의미했고, 국세공무원법 제정을 무산시킨 결정적 요인이 됐다.
다만 비위행위 등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고질적인 인사적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급정년제'를 도입(5급 15년, 4급 13년, 3급 5년, 2급 4년)한다는 내용이 국세공무원법의 핵심 내용이었다.
당시 법 제정 추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은 '세풍(稅風)'사건 때문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세정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문제로까지 비화되면서 국세행정 개혁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이 과정에서 파생된 것이 국세공무원법이었다.
□ 07년 국세청법, 어떤 내용인가=1999년 국세공무원법이 무산된지 8년이 지난 2007년 엄호성 의원의 주도로 추진되는 국세청법은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이 핵심이다. 두 법의 추진 명분은 국세청(국세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확보다.
국세공무원법에는 없었던 국세청장 임기제는 2년 단임제가 골자다. 안정적인 임기를 보장, 정치적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국세행정을 이끌 수 있도록 하고 임기 예측의 실패로 국세청장 사임이후 발생할 수 있는 조직의 동요를 최소화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국세청장의 '내부승진제'도 법에 명시했다. 타 부처 출신 '낙하산'(?)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고위공무원단제도에서 국세청은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밖에 없다.
국세공무원들을 특정직공무원으로 규정해 자체 인사위원회를 통해 일정 부분 자율적인 인사를 하는 내용은 국세공무원법과 유사한 부분이다. 또한 별도의 국세공무원 보수표를 시행령으로 규정, 사실상를 인상한다는 내용도 과거의 법과 유사하다.
계급정년제는 과거 국세공무원법과는 달리 5급 이상 국세공무원은 60세, 6급 이하 국세공무원은 57세로 운영하며 정년이 다할 경우 상반기(6월 말), 하반기(12월 말) 두 차례에 걸쳐 퇴직을 하도록 했다.
현재도 국세청은 이 같은 규정에 준해(국가공무원법), 정년제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별도의 국세청법 도입에 따라 이를 따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엄 의원은 이와 관련 "국세청은 권력기관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고 국가권력의 정치적 의도와 필요에 따라 자의적 세무조사를 진행한다는 의혹을 받는 등 국민들로부터 비난과 불신을 받아온 적이 있었다"며 "이 같은 의혹을 배제하기 위해 국세청을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필요성은 인정, 도입 가능성은 '미지수'=국세청법 도입을 주도하고 있는 엄호성 의원은 지난해 국세청, 재경부 국정감사 당시 이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다만 당시는 거론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실체를 갖고 추진의지를 다진 것만 다르다.
그러나 국세청법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법제화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 부처 및 여타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99년 당시에도 이 같은 형평성 논란이 법안 '좌초'의 단초를 제공했었다.
사실상 국세공무원들의 보수를 인상한다는 내용이 이 같은 형평성 논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경찰 등과 같이 '청렴성' 확보를 위해 보수를 인상, 비위유인성을(적발시 강도 높은 처벌 부과) 줄일 수 있다는 논리지만 '보수인상→청렴성 확보'라는 논리는 그다지 단단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
또한 단지 '특수성과 전문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국세청장 임기제와는 별도로 내부승진을 법제화하고 고위 국세공무원들을 고공단에서 제외하는 것도 타 부처로부터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은 형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국세청법 도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었다. 권 부총리는 "국세청 직원들의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등 유지를 위한다는 차원의 (법 제정)취지는 이해하지만 과연 법까지 제정해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경찰청법 등의 경우 기관독립성 등 필요성 때문에 제정된 것으로 안다"며 "국세청장 임기제 등은 정치적 중립성 등 여러 요소를 검토해 결정할 문제이지만 법까지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