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관료들 "법까지 도입할 필요 있나-신중검토해야"
엄호성 의원, "9월 국회 논의-대선공약으로 내세울 것"
25일 서초동 한국 세무사회관에서 열린 국세청법 도입 관련 공청회는 토론자로 참석한 민간 학자들과 정부공무원간 (국세청법 제정과 관련한)'이론'과 '현실'의 갭(Gap)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이론적 시각에서의 국세청법은 도입 필요성이 있는 중요한 법률로 정리된다. 그러나 현실적 시각에서의 국세청법은 도입 필요성이 떨어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사실상 불필요한)법률로 정리된다.
어느 것도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뚜렷한 시각차이, 앞으로 국세청법 도입 논의가 진행됨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시각차이와는 별도로 한나라당은 이 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 만약의 경우(?) 연말 대선공약으로 삼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인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9월 정기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만일 국회 논의가 불발될 경우 대선공약으로 채택을 하도록 해 국민들의 선택과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날 공청회 토론자로는 민간출신인 ▲서희열 강남대 교수 ▲박완두 세무사회 법제이사 ▲김형준 조세연구원 연구위원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 등이 참석했으며 정부관료로는 ▲김도형 재경부 조세정책국장 ▲서필언 행자부 조직혁신단장 ▲황서종 중앙인사위 인사정책총괄과장 등이 참석했다.
□'이론적 시각'에서 본 국세청법-"도입 필요성 있다"=민간학자들은 국세청법 도입과 관련한 '총론'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국세청법 도입의 대의명분인 '정치적 중립'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요지. 다만 '각론'에 있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국세청법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국세청장 임기제에 대해서는 민간학자들 전원이 긍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이와 관련해 "국세청의 정치적인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임기제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박완두 세무사회 법제이사도 "국세청장의 인사교체가 정치적 영향에 따라 빈번하게 이뤄지게 되면 세무행정의 독자성이 지켜지기 어렵다"며 "임기에 대한 법적 보장없이 통치권자의 의중에 의해 (국세청장의)신분이 좌우된다면 국세청장 개인의 신념과 용기만으로 정치적 영향을 배제시키는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임기제 법정화에 찬성했다.
다만 임기에 대해서는 2년은 너무 짧다는 것이 민간학자들의 시각. 4년(1번 중임 허용) 또는 3년 정도의 기간을 임기로 삼아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세행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엄호성 의원의 국세청법에서 제시한 '내부승진 제도화'에 대해서는 민간학자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공무원'들만의 자리가 아닌 '능력있는 민간인'에게도 국세청장 직위를 원칙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희열 강남대 교수는 "법률안에서 내부승진을 제도화한다는 내용을 넣었는데 이는 맞지 않다고 본다"며 "국세청장은 전문성을 갖추고 조직을 이끌고 나갈 사람이 되어야 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능력 있는 민간인들에게도 개방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김선택 회장도 이에 대해 "국세청의 '군대식' 문화를 깨고 납세자중심의 서비스행정을 펼치기 위해서는 행정공무원이 아닌 봉사와 CEO경험이 있는 인사가 국세청장이 될 필요가 있다"고 힘을 실었다.
또 다른 논점 중 하나인 국세공무원의 보수체계 상향조정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이 제시됐다.
김형준 연구위원은 "국세공무원들에게 보수상 우대를 하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모든 국세공무원을 우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미국과 같이 조사분야 또는 징수분야 요원들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더라도 일반행정직에 속한 이들은 일반공무원들과 같은 수준에서 대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희열 교수도 "국세공무원의 급여가 낮은 것이 부정부패의 원인이 된다는 의견에 동의하며 이는 (보수체계 개편, 처벌강화)국세청법 제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다만 보수를 많이 준다고해서 완전히 없어질 지 여부는 불투명하며, 이는 조세제도를 알기쉽게 개편해 국세공무원의 자의성 개입소지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실적 시각'에서 본 국세청법, "법까지 만들 필요 있나..."=이 날 토론자로 참석한 3명의 정부관료(김도형 재경부 조세정책국장, 서필언 행자부 조직혁신단장, 황서종 중앙인사위 인사정책총괄과장)는 국세청법 도입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사실상 법 제정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황서종 과장은 "국세행정 중립성 확보를 위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별도의 법까지 만들어서 '특례'를 주는 것보다 국세행정 개혁을 통해 (중립성 등을 확보하는 것이)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황 과장은 국세청장 임기제 및 내부승진 제도화에 대해서도 "임기가 보장된다고 해서 중립성이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며 "내부승진 제도화 문제도 (경찰청장 등을 제외하고)일반 정무직 청장에 대한 유례없는 제도라는 측면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필언 단장은 "국세공무원들을 '특정직'화 할 경우 유사한 업무성격을 가진 지방세무직, 관세청 공무원들도 특정직화를 요구할 개연성이 높다"며 "이렇게 될 경우 국가전체적으로 비효율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 단장은 이어 "국세청의 발전은 법률을 만드는 것에 있지 않고 운영상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국세청법 제정은)기존 법체계(정부조직법, 국가공무원법)를 망가뜨리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신중한 논의를 거쳐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조세정책국장은 "국세청법의 전제가 된 정치적 중립성 확보문제는 이미 오래전 일인 정치적 사건에서부터 출발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현재 국세청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며 "국세청 스스로 서비스기관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에 대한 우려는 기우(杞憂)에 가깝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이어 "국세청법 제정 논의의 출발은 이보다는 납세서비스 향상, 과세품질관리 등 국세행정의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국세행정의 전문성이 중요하고 이에 합당한 인력확보는 100% 동감하지만 국세공무원에 특별한 대우를 하는 방안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