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론스타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지난 2003년 10월에 이뤄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적법했느냐를 둘러싼 쟁송이 법원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판단 이전에 외환은행을 처분하면 그야말로 '먹튀'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덩달아 관계 당국도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질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국이 확실한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 적어도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처분할 수 없다거나, 그 이전에 처분하려면 공탁금을 걸라거나, 뭔가 지침을 내려 주는 게 마땅하다. 만약 법원에서 불법성을 인정한다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직권 취소돼 10% 초과 지분을 6개월 안에 팔아야 한다. 하지만 론스타가 모두 팔고 떠난 뒤에는 사법적 또는 행정적으로 어떤 조치를 내리더라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밖에 안 된다.
문제는 론스타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론스타는 지난주 외환은행 지분 13.6%와 극동건설, 스타리스(옛 한빛여신전문) 등을 처분해 1조5천여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외환은행에서는 그 동안의 배당금과 이번의 지분 매각대금 등을 합해 투자원금 2조1천548억 원의 71.8%인 1조5천469억 원을 회수했다. 론스타는 그러고도 51.02%의 지분으로 외환은행 최대주주다. 2003년 해 5월에 인수한 극동건설에서는 유상감자, 배당 등과 이번 매각대금(6천600억 원)을 합한 회수금액이 8천800억 원으로 투자원금 1천700억 원의 5배를 넘었고 2002년 12월 1천500억 원에 사들인 스타리스는 3천23억 원에 되팔았다. 론스타는 그러나 외환은행은 LSF-KEB홀딩스, 극동건설은 KC홀딩스, 스타리스는 HM홀딩스 등 벨기에 법인들을 통해 이뤄진 거래라며 이중과세방지 조항을 들어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을 태세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모두 팔아 어마어마한 이익을 남기고 세금을 전혀 안 내도 우리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론스타가 이제는 몇몇 전략적 투자자와 외환은행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한국 철수설을 일축하고 앞으로 10년 이상 한국에서 투자 활동을 지속하겠다지만 사모펀드의 속성상 곧이곧대로만 들을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법을 어기지 않는 한 천문학적 이익을 올리고 떠난다고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클수록 이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마련이다. 게다가 환란 당시에는 돈의 질을 따지거나 투자이익에 대한 과세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야 하는 다급한 사정이었으므로 지금의 잣대로 '먹튀' 운운하는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벌써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제도 미비를 핑계댄다면 직무유기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조세조약을 이용한 조세 회피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다짐한 게 벌써 2년 전이다. 정부는 론스타 문제에 대해 조속히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