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이 업무를 보는 집무실과 외부 손님들을 맞이하는 접견실에는 두 개의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각각의 편액에는 '따뜻한 세정'과 '自彊不息(자강불식)'이란 문구가 담겨 있습니다.
집무실에 걸려 있는 '따뜻한 세정'은 지난해 전 국세청장이 국세청 수장의 자리에 오르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접견실에 걸려 있는 '自彊不息(자강불식)'은 전 국세청장의 좌우명이라고 합니다. 이 말이 담고 있는 의미는 '스스로 쉬지 않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는 것입니다.
'따뜻한 세정' 문장은 서예가 경후 김단희 선생이, '自彊不息(자강불식)'은 서예가 월정 정주상 선생이 직접 써 주었다고 합니다.
지난 7월18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전 국세청장은 최근 편액의 문구를 써 준 서예가 김단희, 정주상 선생과 책상 명패를 써 준 서예가 김선원 선생을 국세청으로 초대, 환담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었다고 합니다.
이들 세 명의 '명필'과 만난 자리에서 전 국세청장은 자신이 직접 쓴 두 가지 서체(국세공무원교육원 상징석 '未來人才養成(미래인재양성)', 세금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 책자에 쓴 한글 서명)에 대한 '품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전 국세청장의 서체를 본 명필들이 과연 어떤 평가를 내놓았을까요.
□ "글씨에서 순수한 마음이 묻어 나온다"=지난 7월27일, '自彊不息(자강불식)'을 쓴 월정 정주상 선생이 가장 먼저 국세청을 방문해 국세청장과 환담을 나눴다고 합니다.
정 선생은 전 국세청장이 국세공무원교육원 상징석에 남긴 '未來人才養成(미래인재양성)'의 서체를 찬찬히 뜯어본 뒤 "전문적으로 글씨를 배우지 않았으면서도 참 잘 썼다. 글씨에서 순수한 마음이 묻어나온다"며 "앞의 세 글자는 획수가 적은 반면 뒤 세 글자는 획수가 많아 어려움에도 균형감이 있다"고 평가했답니다.
특히 정 선생의 눈에는 마지막 글자인 '成(성)'자가 가장 인상이 깊었던 모양입니다.
정 선생은 이 글자를 보며 "다른 글씨도 잘 썼지만 특히 '成(성)'자에 힘이 넘친다"고 꼭 찍어 칭찬을 했다고 합니다.
□ '까불락 댄' 서체, 옥(玉)의 티(?)=바로 어제였네요. 지난 2일 오후에는 '따뜻한 세정'을 쓴 김단희 선생과 명패를 쓴 매산 김선원 선생이 국세청을 다녀갔습니다. 이들에게도 전 국세청장은 자신이 쓴 서체를 내보이며 품평을 부탁했답니다.
두 서예가는 '未來人才養成(미래인재양성)'의 선체에 대해서는 '잘 썼다'고 공통된 품평을 내놨답니다. 아울러 잘 쓴 글씨인 만큼 상징석 뒷면에 '언제 누가 썼다'는 기록을 남겨도 될만하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금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에 남긴 전 국세청장의 친필 (한글)서명 서체에 대한 평가는 두 서예가의 의견이 갈렸습니다.
이 글씨체에 대해 김선원 선생은 마지막 '표'자의 모음 'ㅛ'의 꼬리를 살짝 올린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이 때 전 국세청장이 "'표'자가 밋밋해 '까불락 대었다'"고 순순히 자백(?)하여 한 동안 웃음이 가시질 않았답니다.
김선원 선생에 반해 김단희 선생은 "재미를 가미한 창의적인 글씨"라며 "요즘 독특한 서체로 호평을 받고 있는 신영복 선생의 서체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100점'짜리 품평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아마추어 글씨 애호가에 대한 전문가의 화려한 평가. 이쯤되면 전 국세청장의 글씨솜씨가 보통이 아니란 얘긴데, 혹시 이들의 평가가 단지 '호스트'에 대한 의례적인 '덕담'은 아니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