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기업이 시정조치와 피해구제 등에 합의하면 별도 제재없이 사건을 종료하는 동의명령제도가 빠르면 내년 4월부터 시행된다.
담합 행위는 동의명령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며, 기업이 동의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뒤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4월1일부터 시행된다.
동의명령제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이나 사업자가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와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시정에 합의하면 제재를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동의명령제가 도입되면 공정위 입장에서는 위법 여부를 증명하기 어려운 사건을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기업은 일방적인 시정조치에 따르는 기업이미지 손상, 법적 분쟁으로 인한 유무형의 비용 등을 회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종래 시정조치는 소비자보상에 관한 명령을 내릴 수 없지만 동의명령제 하에서는 소비자도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정위의 조사 또는 심의를 받는 피심인(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이 최종 심결 전에 사실관계 및 시정방안 등을 담아 동의명령을 신청하면 공정위는 신속한 조치의 필요성, 소비자 피해의 직접 보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의명령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동의명령 적용대상은 담합과 같은 부당공동행위(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26조 제1항 제1호)를 제외한 모든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로,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기업결합.불공정거래행위 등의 분야에서 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는 대형할인점간 결합이 발생할 경우 독과점 문제가 생기는 지역의 매장만 팔도록 법 위반에 대한 시정조치를 하고 있는데 이를 동의명령으로 대체함으로써 법 위반없이 기업결합이 가능하게 된다.
손인옥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반대의견이 나와 부당공동행위는 제외했지만 앞으로 동의명령제가 잘 운영되면 몇 년 안에 부당공동행위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공정위와 기업 간 유착 의혹을 털고 공립성.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정위와 신청인 간 합의에 의해 동의명령안이 마련되면 3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검찰총장, 관계행정기관의 장,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뒤 공정위 전원회의 또는 소회의에 상정해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만약 전원회의 등에서 동의명령안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통상의 시정조치 절차가 재개되며, 시장상황이 현저하게 변경됐거나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동의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허위자료 등을 제공한 경우에는 동의명령을 취소할 수 있다.
사업자가 합의한 시정방안을 기초로 한 동의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위반할 경우에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손 심판관은 "동의명령 자체가 피심인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으로서는 법 위반 가능성이 높을 때 동의명령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부작용 등을 고려해봐야겠지만 동의명령과 과징금을 같이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