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은 이 날 오전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전에도 공문을 통해 시달한 바 있음에도 불구 일부 (하위직)직원들이 아직도 골프를 치고 있다"며 "관리자들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5급 이하 직원들은 골프치는 것을 삼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국세청장은 이어 "골프를 칠 경우 부킹 등 경비와 시간소요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골프를 칠 시간 동안 차라리 업무에 더 정진하라"고 아주 강한 톤으로 직원들을 다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전 국세청장이 '업무지장'을 이유로 내세워 국세행정의 중추인력들인 사무관급 이하 직원들의 골프를 금지토록 했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라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남북정상회담, 아프간 인질사태 등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이 여럿 맞물려 있는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한 청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또 최근 현직 국장(부동산납세관리국장)의 거액 뇌물수뢰 구속사건이 터져 나오는 등 국세청 조직분위기가 '험악'해진 상황에서 청장이 직접 조직내부 단속을 위해 골프금지령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간부회의에서 전 청장은 감찰쪽에도 적잖은 질책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국세청장이 '5급이하'를 표적으로 골프금지령을 내린 것과는 별개로 서기관(4급)이상 간부들의 '부킹취소'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쉽게 경거망동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며 "(미리 잡혀있던)골프약속을 취소한 지 오래전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 국세청장의 추상같은 '골프금지령'이 내려짐에 따라 별도의 '해제령(?)'이 내려지지 않는 이상 금지기간 동안 뚜렷한 명분없이 골프를 치다 적발된 직원들에 대해서는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