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따라 외환은행이 매각관련 불확실성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매각 관련 주체들의 신속하고 명확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매각작업 2년 넘게 표류 =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외환은행 재매각은 2005년 8월1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외환은행 매각주간사로 씨티그룹이 선정됐다고 보도하면서 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5년 9월 투기자본감시센터가 2003년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한 경제관료 등 20명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지만 같은 해 11월 하나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전 참여를 선언하며 매각 작업은 급물살을 탔으며 작년 3월 국민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5월 본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종결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등 논란으로 본계약 유효기간인 9월16일까지 매각대금이 납입되지 않으면서 론스타는 국민은행과 두달간 실랑이 벌였고 결국 11월23일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올해들어 농협과 국민연금, 일부 중국계 은행 등이 외환은행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으며 3월부터 론스타와 배타적인 협상을 진행하던 DBS(옛 싱가포르개발은행)도 금융감독당국에서 면담 요청을 거부하면서 인수를 포기했다.
그러나 론스타가 6월 외환은행 지분 13.6%를 매각한 데 이어 지난 달부터 HSBC와 지분 51.02%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기나긴 매각 작업이 종착역에 도달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 HSBC 인수 눈앞..당국 승인.국민정서 등 숙제 = 금융업계에서는 유럽 최대 금융기관인 HSBC는 다른 은행들과 달리 외환은행 인수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을 앞두고 HSBC가 한국 내 영업을 확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데다 대주주 적격성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HSBC는 최근 본계약 체결 시점에나 밝힐 수 있는 외환은행 행명과 상장, 고용 유지 등 구체적인 사안을 미리 공개함으로써 론스타와의 협상이 상당부분 진전됐음을 시사했다.
HSBC는 홍콩에 HSBC와 항셍은행이 공존하고 있고 중국에서도 HSBC가 대주주인 교통은행과 함께 영업하고 있는 것처럼 외환은행을 독립법인으로 경영하고 외환은행 해외지점도 유지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HSBC가 여러가지 법적 검토와 아시아.태평양 본부와 영국 본점 등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결정한 만큼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당국과의 법적 소송 등을 통해서라도 인수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국이 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점을 핑계로 인수자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지연시킬 경우 외신을 통해 한국내 반외자정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당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 관계자는 "M&A 시장 참가자들은 HSBC가 매각 협상 사실을 공개하고 당국과 외환은행을 배려하는 발언을 내놓은 점 등을 들어 론스타와 이미 심도있는 논의를 끝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HSBC는 법원의 재판 결과와 외환은행 인수 승인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대주주 적격성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어 외환은행 인수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장기 표류로 영업망 흔들..불투명성 해소 필요 =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이 2003년 외환은행 매각 의혹에 대한 법원의 판결 이후 외환은행 재매각 관련 사안을 심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완료되는 데 3년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외환은행 매각 관련 불투명성이 장기화되면서 외환은행의 영업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이 올 2.4분기 2천7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과 1.6배 규모의 하나은행을 제치기도 했지만 매각 관련 불투명성이 장기화되면서 안정적 영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론스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고객 이탈 기미도 엿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금융감독당국이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모든 결정을 무조건 법원의 최종 판결 이후로 미루기 보다 구체적이고 투명한 기준을 제시해 매각 작업을 독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론스타와 HSBC는 물론 국민은행과 하나금융, 농협 등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중인 국내 은행들과 외환은행 노동조합 등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론스타가 3년 동안 국내 시장을 빠져나갈 수 없다든지, 여러차례 국내 은행 인수를 타진하다 중단한 HSBC의 인수를 금지한다든지, 국내은행만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있다든지 등 당국의 분명한 지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외환은행이 외국계은행에 넘어가는 것은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안되는 만큼 눈치만 보고 있는 국내 은행들도 움직임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