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비호의혹을 사고 있는 김상진(41)씨는 친인척과 회사 직원 명의로 5개의 건설회사를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자신을 대표이사로 등재했다 길어도 몇달, 짧은 경우 일주일여만에 직원 등 다른 사람으로 바꿨다 자신이 다시 대표를 맡기도 하는 등 상식밖의 회사운영행태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부산지방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부산 연제구 연산동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05년 5월경 김씨 자신과 형의 명의로 각각 ㈜I사와 ㈜H개발을 설립했다. 김씨는 H개발에, 형은 I기업에 각각 이사로 등재됐으며 부하직원들도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씨는 1개월 후 부하직원 진모(39)씨를 I사 대표로 앉혔다가 한 달만에 다시 자신이 대표를, 다음해 2월에는 황모(58)씨와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맡았다.
지난해 6월에는 공동 대표이사 규정을 없애고 황씨를 단독으로 대표이사에 앉혔다 올해 1월 22일에는 자신의 운전사인 조모(40)씨를 8일간 대표이사로 내세우기도 했다. 조씨는 지난해 8월 김씨가 정산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1억원을 전달할 때 동행한 인물이다.
금융과 토지매입, 공사 현장 정리 등 재개발사업의 한 부분을 맡았을 것으로 보이는 H개발은 형이 대표로 있다 2005년 12월부터 올 5월까지 사촌 처남인 강모(50)씨를 대표로 내세웠다. 현재 이 회사는 형식상 부산에서 인테리어업을 하는 또 다른 강모(47)씨가 대표로 돼 있다.
김씨는 또 부산 수영구 민락동 유원지 3만여㎡를 매입하기에 앞서 올해 1월경에는 사촌 처남 강씨의 명의로 S시티를 설립했으나 한 달도 채 못돼 김씨 자신이 대표이사로 앉았다 다시 20여일만에 운전사 조씨를 대표로 내세우고 현재 자신은 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다.
김씨가 2000년 8월과 같은해 12월 설립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올해 3월 폐업한 J건설과 H토건도 부하직원인 구모, 진모, 조모, 옹모씨 등의 명의로 운영하다 폐업직전 사촌 처남과 자신의 이름으로 대표이사 등기를 바꿨다.
2005년 10월부터 올 2월까지 J건설의 명의사장으로 있던 부하직원 진씨는 비자금 조성 내용을 수사기관과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김씨를 협박, 20억원을 요구하다 지난 7월 구속됐으며 이를 계기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됐다. 진씨에게 10억원을 뜯긴 김씨가 진씨를 검찰에 진정한 것이 '제무덤을 판 꼴'이 된 것.
김씨는 부하직원들을 속칭 '바지사장'으로 내세우는 등 일을 맡기고도 처우를 잘 해 주지 않아 직원들의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비자금 조성내역을 알고 있던 진씨가 김씨를 협박한 것도 그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김씨가 실질적으로 대표로 있는 회사는 I사와 H개발, S시티 등 3개사며 이들 회사도 정 전 비서관이 사표를 낸 지난달 10일 (주)U사와 ㈜U인터내셔널, ㈜U파크 등으로 사명을 바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