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 10여개 대상..'사용처'확인에 주력
부산지역 건설업자 김상진(42)씨가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 이어 재개발 사업지 관할 단체장에게도 거액을 건넸다 돌려받은 것으로 드러나 검찰의 수사가 정.관계로 확대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부산지검은 5일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과 김씨의 연루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시작된 이번 보완수사의 핵심은 김씨가 빼돌린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는 것인 만큼 김씨가 단체장에게 거액을 건넸다면 당연히 수사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6월말에서 7월초 부산 연산동 재개발 사업 현장이 있는 연제구의 이위준 구청장에게 1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현금이 든 가방을 건넸다가 이틀 뒤 되돌려 받은 것으로 연합뉴스 취재에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돈을 돌려 줬다고 해서 죄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전달받은 경위와 돌려준 시점 등에 대해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해 관련자를 조사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정 전 비서관과 김씨의 유착의혹을 풀기 위해 시작된 보완수사가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의 금품수뢰 사건으로까지 확대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검찰의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부산지역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자치단체장을 비롯, 전.현직 국회의원 3~4명과 지방의원 2~3명이 김씨 형제와 관련됐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던 터라 이 구청장의 거액반환 사건은 지역 정.관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한편 검찰은 김씨의 비자금 추적을 위해 이날 대검 자금추적 전문 수사관을 대거 투입하는 등 김씨가 빼돌린 돈의 '사용처'확인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당초 대검으로부터 3∼4명의 계좌추적 요원을 지원받기로 한 계획을 바꿔 요원을 7명으로 늘려 이날부터 수사팀에 투입했다.
이번에 파견된 대검 계좌추적팀은 지난해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의혹 사건을 비롯, 굵직굵직한 금융사건 수사에 투입돼 큰 성과를 올린 베테랑 수사관들로 구성됐다.
계좌추적팀은 김씨가 주변사람 명의로 관리해온 10여개의 차명계좌를 대상으로 빼돌린 돈의 규모와 사용처, 특히 정 전 비서관을 비롯한 정.관계에 흘러 들어갔는지를 밝혀낼 방침이다.
검찰은 김씨가 재개발사업에서 땅값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재향군인회로부터 편취한 225억원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에서 횡령한 157억원 등의 사용처와 자금흐름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당초 이날 소환할 예정이던 김씨의 형(45)에 대한 조사는 추후로 미루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자에 대한 소환은 자금추적 조사에서 혐의가 포착될 경우 진술확보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은 정 전 비사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에 대한 소환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